"백신 개발 초기 임상서 제외돼 정보 부족"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임신부가 큰 위험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 코로나19 백신 임상실험에서 임신부가 배제된 탓에 백신이 태아와 임신부에 안전한지 확인되지 않은데다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면서 임신부가 백신 접종을 꺼려 오미크론 변이에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75%, 미국에선 65%의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오미크론 예방책으론 백신을 여러 번 맞는 부스터샷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지책이기에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다.
영국에선 5∼10월 최소 17명의 임신부와 4명의 영아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코로나19에 걸려 집중치료를 받은 임신부 98%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
임신부에게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나왔지만 초기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임신부가 임상 대상에서 빠지는 바람에 임신부가 접종을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런던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안토니아(38)는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든 임신부로, 임신 전 1차 접종을 했고 2차 접종은 임신 이후에 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두 번째 백신을 맞을 때 너무 걱정돼 몇 번을 예약했다 취소하길 반복했다"라며 "접종소에선 나의 문의에 확실한 답을 하지 못했고 주사를 맞으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임신하면 몸이 태아를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면역력이 약해져 백신을 맞지 않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욱 위험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코로나19는 임신 초기인 3개월 차에 특히 위험하고 조산이나 사산을 초래할 수 있으며 산모에게도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산부인과의사협회 부회장 팻 오브라이언은 "우리는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임신부를 임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
물론 이와 같은 시도를 한 제약사가 있기는 했다.
화이자는 올 2월 임신부를 상대로 임상 실험을 하려 했지만 참여자가 많지 않고 위약(플라시보)을 임신부에게 투여해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로 임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목표한 4천 명의 10%도 모집하지 못하고 임상은 중단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터 마크스는 "코로나19 대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3상 임상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데이터를 얻은 후 몇 달 내에 임신부를 대상으로 시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부가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은 잘못된 약물 처방의 '흑역사'도 한몫했다.
1950년대 임신부의 입덧 치료제로 쓰인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신부가 기형아를 출산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1만 명 이상의 아기가 영향을 받았으며 그중 절반은 끝내 숨졌다.
임신 초기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한 정보 부족과 소셜 미디어 등에 전파된 잘못된 정보 등도 임신부가 백신을 피하는 요인 중 하나다. 올여름에는 백신이 유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로라 머기는 "태반 단백질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비슷하게 생겨 백신으로 생긴 항체가 태반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영국 보건안전청은 백신이 불임과 관련 없으며 사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소개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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