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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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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어로 방식 '갯벌 어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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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전승 활성화 지원…전통지식 추가 조사해 범위 확대

최근 갯벌 생태·사회·문화 가치 재조명, 인간·자연 공존 장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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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어로 방식인 '갯벌 어로'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국민이 무형유산 가치를 공유하고 전승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전승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고 20일 전했다. 다양한 어로 관련 전통지식을 추가 조사해 지정 범위도 확대한다. 단 서·남해안 전역에서 어민들이 전승·향유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어로 방식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는 '어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갯벌 어로'는 맨손 또는 손 도구를 활용해 갯벌에서 패·연체류를 채취하는 어로 기술은 물론 관련 전통지식·조직문화·의례·의식을 모두 포함한다. 갯벌은 굴·조개·낙지·새우 등이 서식하는 해산물 보고(寶庫)다. 어민들은 예부터 바다의 밭으로 인식했다. 공동재산으로 생각해 함께 관리했다. 지금도 어촌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업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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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어로' 방식에는 기본적으로 맨손 또는 손 도구가 이용된다. 해류·조류·지질 등 해역과 갯벌 환경에 따라 제각각 다른 기술이 사용된다. 예컨대 펄 갯벌에선 뻘배(널배), 모래 갯벌에선 긁게·써개·갈퀴, 혼합갯벌에선 호미·가래·쇠스랑, 자갈 갯벌에선 조새가 각각 쓰인다. 문화재청 측은 "같은 도구라도 오랜 세월 전승되면서 지역별로 사용방법이 분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어획 방법은 같은 패류·연체류라도 지역별로 다르다. 모시조개(가무락)의 경우 맨손으로 캐거나 호미를 사용한다. 전자는 펄 갯벌에서 유효하다. 숨구멍을 눈으로 확인하기 쉬운 까닭이다. 모래 갯벌에선 눈으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호미로 갯벌 바닥을 두드린다. 진동에 놀란 모시조개가 물을 뿌리거나 입을 벌리는 모습을 보고 위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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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역사는 문헌으로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서·남해안에서 발굴된 신석기·청동기·철기·고려 시대 패총에서 참굴·꼬막·바지락 등이 다량으로 확인돼 꽤 오래됐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丁若銓)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처음 확인된다.

갯벌 어로는 다양한 생산의례와 신앙, 놀이로 발전했다. 대표적 공동체 의례는 '갯제.' 주민들이 갯벌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며 조개나 굴을 인격화해 갯벌로 불러들이는 의식이다. 풍어를 예측하는 '도깨비불 보기', 굴과 조개를 채취한 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노는 '등빠루놀이' 등도 갯벌의 풍습과 전통문화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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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어와 조업의 안전을 위해 벌인 어장(漁場) 고사도 빼놓을 수 없다. 어민들은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갯벌 구멍에서 나는 소리를 도깨비가 걸어가서 생긴다고 여겼다. 갯벌에서의 어류 활동을 도깨비가 관장한다고 믿어 고사를 지내며 제물로 메밀 범벅이나 메밀묵을 올렸다. 도깨비가 메밀 냄새를 좋아한다는 설에 따른 조치였다.

최근 갯벌은 생태·사회·문화 가치가 재조명되는 추세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갯벌도립공원 등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등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한국의 갯벌)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갯벌 어로는 전승 활성화 의지도 높은 편이다. 어촌공동체들이 제각각 지속을 위해 자율적으로 금어기(禁漁期)를 설정하고 치어(稚魚)를 방류한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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