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권서영 기자] 스토킹 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피해 당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통계가 나왔다.
19일 이수정 경기대 교수 연구팀은 국회에 '스토킹 방지 입법정책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를 본 사람들 256명 중 206명(80.5%)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경찰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해줄 것 같지 않아서'(27.6%)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뒤이어 '사소한 일이라 생각돼서'(22.8%), '경찰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18.9%), '과거에 신고했을 때 소용이 없어서'(6.3%)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증거가 없어서',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문제인지 몰라서'가 각각 5.8%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보복·협박이 두려워서'(4.8%), '법적인 절차가 부담돼서'(4.3%) 등의 답변 역시 있었다.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들 가운데에서도 경찰의 조치에 만족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은 19.4%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불만족한 이유에 대해 '가해자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이 취할 수 있는 행위가 별로 없었다', '경찰이 내 사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가해자의 말을 믿고 연인 사이 문제 또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취급했다', '경찰이 2차 가해를 했다' 등의 응답을 했다.
경찰 신고가 스토킹 행위를 막는 데에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있었다'는 응답이 30.5%, '없었다'는 응답이 69.5%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스토킹 행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무조건 마주치지 않게 피해 다녔다'는 응답(20.7%)이 가장 많았으며 '화를 내고 싸웠다'(15.6%), '가해자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14.5%), '그냥 당했다'는 응답(6.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스토킹에 대한 대응을 물은 문항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12.5%)', '경찰에 신고했다'(5.9%)는 응답은 비교적 저조했으며 '전문 상담 기관에 의뢰했다'는 응답은 없었다. 스토킹 피해가 멈추었다면 어떻게 멈추었느냐는 질문에는 '이유 없이 그냥 멈추었다'(23.4%)는 응답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내가 이사하거나 직장을 그만뒀다'(18.8%),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해결했다'(17.6%) 등의 응답이 많았다.
이렇듯 스토킹 피해자들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홀로 상황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피해자 자신도 스토킹 피해를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인식이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서영 기자 kwon19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