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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연말대목 또 날아갔다” 자영업자 분통…시위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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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U턴에 허탈한 표정들

당장 주말부터 영업시간 줄어

종업원에게 또 쉬라고 말해야

모임서 한 명만 뺄 수 없어 난감

줄줄이 예약 취소…썰렁한 식당

자대위 “22일 대규모 집회 열겠다”

헤럴드경제

내년 1월 2일까지 사적 모임인원 제한 4명, 식당이나 카페 영업 오후 9시까지 제한 등의 고강도 거리두기 대책이 나오면서 연말 대목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적 모임 최대 인원 축소와 식당과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가 적용된 열흘 전 서울 한 식당의 연말 예약일정 달력에 줄줄이 '취소' 표시가 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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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근무하는 종업원 2명에게 '또 쉬라'고 말해야겠네요. 미안해서 어떻게 말해요.” 24시간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하연수(69) 씨는 16일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안이 발표되자 화가 났다. 하씨는 “지난해에도 거리두기 때문에 일한 지 3년 된 종업원들이 쉬어야 했다. 아무리 확산세가 심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어딨냐”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2) 씨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씨는 “손님이 더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 대출도 많이 남아 있어 밤에 잠도 잘 안 온다”며 “거리두기 강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정부가 ‘거리두기 유턴’을 결정하자 자영업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방면으로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당장 이번 주말부터 영업시간을 줄여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토요일인 18일 0시부터 전국의 사적 모임 허용인원이 4인으로 제한되고, 식당·카페 등은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은 혼자 출입하거나 포장·배달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이나 취식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영업 제한에 차이를 뒀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큰 유흥시설 등 1그룹과 식당·카페 등 2그룹 시설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 가능하다. 단, 청소년 입시학원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사라진 연말 대목에 분노했다. 4인 인원 제한도 걱정이지만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심야시간에 일하는 직원을 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모(67) 씨는 “새벽영업도 못 하고 손님이 줄어들 것 같아 직원들의 근무시간부터 조정하기로 했다”며 “그래도 안 되면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방역 강화정책으로 올해 11월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만6000명 줄었다. 지난해 거리두기 강화로 종사자 수가 대폭 줄었는데 이보다 더 감소한 것이다.

연말연시 모임을 하기로 한 시민도 내년을 기약하며 모임을 취소했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오랜만에 토요일(18일) 낮 합정역 부근에서 대학 선배들과 동기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발표 후 바로 취소됐다”며 “하필 모임인원이 5명이라 한 명만 빠지라고 할 수 없어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뷔페 체인점을 보유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 대목이 날아가서 씁쓸하다”며 “지난해 저녁 2인 이상 모임보다는 이번 조치가 덜하다고는 하지만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에게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다음달 결혼을 하는 김모(35) 씨는 “주말에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신혼집에서 식사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정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며 “결혼식장 예약인원이 200명인데, 또 정부 방침이 바뀌어 황당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거리두기 강화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식당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자영업을 규제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기존의 손실 보상이 현실과 괴리가 심했다. 손실 보상 범위와 지원 규모 자체를 재정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는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손실 보상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거리두기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장수 한국자영업자협의회(한자협) 공동의장은 “손실 보상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라며 “정부가 충분히 보상해준다면 자영업자들이 단체행동을 하고 기자회견할 일이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함복희(64) 씨는 “이 와중에 건물 주인은 월세를 올려 달라고 했다”며 “정부가 세금 풀어서 마련하는 정책도 좋지만 건물주에 대한 규제·세금 면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정부 규탄시위를 예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이후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충원 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며 “정부와 방역 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졌다”고 밝혔다. 조지현 자대위 공동대표는 “실효성 없는 거리두기는 자영업자만 희생하라는 말이다. 정부 책임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냐”고 비판했다.

김빛나·강승연·김영철·김희량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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