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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늘어난 취업자 60% 노인인데…이 내용만 쏙 뺀 홍남기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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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온 구직자가 손을 꼭 쥐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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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55만3000명 늘었다. 8개월 연속 50만 명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도 32만 명 늘어났다. 실업자는 23만3000명 감소했다. 15~64세 고용률(11월 기준)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용직 근로자도 2개월 연속 60만 명 이상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 내용을 전하며 “고용의 양적 회복세가 견조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내용 측면에서도 개선 흐름이 더욱 뚜렷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국내 취업 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기 힘들다. 늘어난 취업자 10명 가운데 6명은 60세 이상 노인이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30~40대 취업자 수는 감소했다. 자영업에서는 직원 없이 홀로 일하는 사장님 수가 34개월째 늘었다. 직원과 함께 일하는 사장님은 36개월 연속 줄었다. 도매·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피해 업종의 고용 위축도 여전하다. 이런 내용은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에 아예 언급되지 않거나 간략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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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자리 박람회장에 구직자의 소망이 담긴 메시지가 걸려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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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 “모든 연령대 고용률 4개월 연속 상승”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1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1월 국내 취업자 수는 277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 3월부터 9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 8개월 연속 50만 명 이상 늘었다. 경제활동인구는 2852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만 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5%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P) 올랐다. 이는 11월 기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10만6000명), 전문과학(8만7000명), 운수·창고업(14만8000명) 등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디지털 전환 관련 분야의 취업자가 늘었다. 정부 일자리와 연관성이 높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7만9000명) 취업자도 증가했다. 11월 실업자 수는 73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3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2.6%로 0.8%P 하락했다. 실업률 2.6%는 11월 기준으로 2.6%를 기록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홍남기 부총리는 “모든 연령대의 고용률이 4개월 연속 상승했다”며 11월 고용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가 9개월 연속 증가했다”며 “11월 기준으로 청년층 고용률(45.1%)은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달 30대와 40대 취업자가 각각 6만9000명, 2만7000명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 감소분 이상으로 실질적인 취업자 수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고용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고 근로 만족도가 큰 상용직 근로자가 2개월째 60만 명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임금 근로자 대비 비중도 커졌다”며 “전일제 근로자로 간주되는 36시간 이상 근로자(49만7000명)가 1~17시간 이하 근로자(9만1000명)의 증가 폭을 크게 상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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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불황 여파로 폐업한 한 상점 앞에서 자영업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코로나19 임대료를 멈춰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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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취업자 증가의 87%가 50세 이상

이날 홍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1월 고용시장의 밝은 면만 주로 강조했다. 어두운 면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글 끄트머리에 짧게 적었다.

예컨대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의 약 60%인 33만1000명은 60세 이상 노인이다. 여기에는 70세 이상 노인 8만6000명도 포함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월부터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중장년층인 50대 취업자 수도 14만9000명 증가했다. 즉 올해 11월 취업자 55만3000명 가운데 86.8%는 50세 이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런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또 홍 부총리는 30대와 40대 취업자 감소가 인구 자연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지만, 비(非)경제활동인구 통계치에서 은퇴 계층인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유일한 연령대가 30대(7000명)와 40대(1만6000명)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표적 대면 업종인 도매·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도 각각 12만3000명(-3.5%), 8만6000명(-4.0%) 줄었다.

올해 11월 비임금 근로자 가운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4만2000명 증가했다는 사실도 국민의 삶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증거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나 홀로 일하는 사장님이 많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4000명 줄었다. 통계청의 ‘비임금 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85.6%는 40세 이상이다. 일용직 근로자도 17만5000명 감소했다.

홍 부총리는 “전반적인 고용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피해 업종·계층의 고용 상황에 대한 경각심도 낮추지 않겠다”며 “완전한 고용 회복을 조속히 이룰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세종=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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