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물가 잡으려 금리인상 속도
中 지준율 인하 등 인플레 부추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을 타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은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는 반면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완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강달러와 약위안으로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리스크 대응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4일(현지 시간)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5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 2,000억 위안(약 220조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지난해 7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13일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와의 화상 회담에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 온건한 통화, 시장 지향’을 강조했다. 규제 속도 조절, 급격한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14~15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르면 내년 봄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의 통화 완화가 중국 내 물가를 높여 수출품 가격을 올리고 이것이 다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양국의 통화정책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그동안 중국 등에 쏠린 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급격한 자금 이동은 신흥국의 통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이 통화 완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긴축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회복됐던 경제가 다시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방역 조치를 통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내 소비가 위축되면서 유동성이라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3일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와의 화상 회담에서 “새로운 하방 압력에 직면해 ‘안정 속 성장’을 우선순위에 놓고 구조 조정과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리 총리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거시 경제 정책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온건한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 인민은행은 15일부터 은행 평균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한 상태다. 지준율 인하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1월과 5월에 두 번 인하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이 지난해 코로나19 초기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이렇게 풀린 돈이 중국의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문제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1월에 12.9% 상승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이런 물가 불안이 수출품 가격에 전이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준율 인하가 효과가 없으면 대출우대금리(LPR)까지 손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국에 비해 미국은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사에 과오로 남을 것”이라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2배로 올리는 것 외에 왜 인플레이션을 오판했는지 솔직하게 밝힌 뒤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가 안팎에서는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규모를 지금의 월 150억 달러(약 17조 7,600억 원)에서 300억 달러로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내년 6월에서 3월로 빨라진다. 내년 3월께부터는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하는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내년 봄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전망 시점인 6월보다 앞당겨지는 것이다. CNBC와 시장조사 전문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6월이 78%, 7월이 83%에 달하지만 이제는 늦봄인 5월도 60%나 된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테이퍼링이 끝나는 3월에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내년 상반기 FOMC는 1월(1월 25~26일)과 3월(3월 15~16일), 5월(5월 3~4일), 6월(6월 14~15일)에 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년 들어서도 확연히 꺾이지 않으면 한발 더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해도 전년 대비 6.8% 급등했다.
월가는 조기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내가 연준이라면 기준금리 인상을 늦게 하기보다는 빨리 할 것”이라며 “금리를 일찍 올려두면 나중에 경기가 나빠질 때 탄약(정책 대응 여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지만 경기회복을 느리게 하기보다는 안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언제쯤 줄어들기 시작할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4조 달러에서 9조 달러까지 불어난 상태다. 테이퍼링이 끝나면 대차대조표가 더 커지지는 않겠지만 연준이 보유한 자산을 줄이면 긴축 효과가 배가된다. CNBC는 “앞으로 최소 1년 동안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9조 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테이퍼링과 관련한 플로(유량) 외에 스톡(저량)도 문제”라고 했다.
다만 대차대조표 축소는 국채 수요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금리의 변동성을 급격하게 키울 가능성이 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문제는 민감하고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 FOMC에서 곧바로 답을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본다”며 “애매한 답변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