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종부세 부과 사례에 따르면 많은 임대사업자가 사업자 등록 말소로 인해 더 이상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을 뿐만 아니라 보유 중인 주택을 팔 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A씨는 서울 대치동에 임대용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된 뒤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려 했지만 매수자를 구할 수 없었다.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실거주를 해야만 아파트 매매 허가가 나오는데 세입자가 임대차법을 이유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틴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작년까지 내지 않던 종부세 2200만여 원을 감당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B씨는 2005년 소형 아파트 5채를 사들여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지난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뒤 해당 아파트를 매도하려 했지만 아파트 가운데 3채는 이미 재건축조합이 설립돼 매도가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사면 조합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아파트를 못 받는다는 뜻이니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B씨가 최근 부과받은 종부세액은 1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20만원에 비하면 500배 정도 올랐다. B씨는 "팔지도 못하고 아파트라 임대 등록을 다시 할 수도 없는 상태인데 매년 이 같은 금액을 감당하라는 거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C씨 부부는 부부가 거주용으로 보유한 주택 외에 20여 년 전 다세대주택 한 채를 남편 명의로 구매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고 이후 C씨 명의로 아파트 한 채를 더 사서 임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세대주택의 임대 등록이 지난해 자동 말소되고 아파트 임대사업도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서 C씨 부부는 임대용 두 채를 모두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로 세금 부담만 높아진 다세대주택은 살 사람을 구하지 못해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 지난 올해 6월에야 팔 수 있었다. 아파트 역시 재건축조합이 설립되는 바람에 팔지 못했다. C씨 부부는 "아파트 종부세로 8300만원, 다세대주택 종부세로 3800만원이 나왔다"며 "주택을 팔 수 있는 퇴로는 열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제도를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판매를 가로막고 있는 규정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팔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 규정에 한시적 예외를 준다거나, 다세대주택을 팔려는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세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가 바라는 주택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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