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곧바로 지수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을 내는 '곱버스'(인버스 2X) ETF로 갈아탔다. 그는 "주가가 더 오르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하락에 베팅했다"며 "직장 동료 중 비슷한 투자를 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식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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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840~3050 오르락내리락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 상황을 활용한 단기 투자 전략이 인기다. 올해 4분기(10~12월) 코스피가 2840~3050선 사이에서 움직이자 저점과 고점 구간에서 매수·매도를 반복해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일정 폭 내에서 등락한다는 학습 효과가 생기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치고 빠지는 전략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5일 6개월 만에 3000선이 깨진 뒤 2900~3050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움직였다. 지난달 30일 2839.01까지 밀리면서 박스권의 폭이 넓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2900 전후로 떨어지면 '바닥', 3000 위로 올라가면 '천장'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2900에 근접하면 주식을 사고, 3000 부근에서 판다. 실제로 장중 3000선에서 2930선까지 후퇴한 지난달 17~18일 개인들은 9500억원가량 순매수했지만, 지난달 22일 코스피가 3010선으로 급반등하자 1조37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런 패턴은 반복됐다. 코스피 2900선이 깨진 지난달 30일 개인들은 7300억원가량 쓸어담았고, 이달 들어 반등하자 매도로 돌아서 9일까지 3조6574억원어치를 팔았다.
ETF를 통한 박스권 투자도 활발하다. 저점이라고 예상될 땐 지수 상승세를 좇는 레버리지 ETF를 사고, 박스권 상단까지 오르면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식이다. 지난달 26~30일 급락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코덱스 레버리지 ETF(3266억원)였다. 반면 이달 1~9일 반등장에선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6182억원)가 개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롱숏 펀드 투자자도 늘고 있다. 롱숏 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롱·long) 내릴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숏·short)해 수익을 남기는 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롱숏 펀드 43개에 지난 한 달간 187억원, 석 달간 561억원이 들어왔다.
4분기 박스권에서 움직인 코스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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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예상 빗나가면 손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활용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주요 증권사들이 이달 코스피 예상 범위를 2800~3050선으로 잡을 만큼 답답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투자심리나 수급 변수에 의해 급등락할 것"이라며 "단기 트레이딩 측면에선 코스피 2800선에서 사고 3000선에서 주식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스권을 이용한 투자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아니다. 예컨대 지난 6일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에 투자한 A씨가 이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종가 기준으로 3.1% 손실 중이다. 롱숏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도 평균 0.4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1%)에도 못 미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펀드의 '롱숏' 운용이 잘되지 않아 투자자 니즈(욕구)에 부합하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투자는) 시장의 분기점을 잘 파악하고 투자하면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주가 흐름이 예상을 빗나갈 땐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투자 자금의 일부만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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