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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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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李·尹 누가 되도 정권보이콧 일어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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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인터뷰]

손학규(74)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는 큰 정치적 결심을 하면 늘 나라에 더 큰 일이 생겨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징크스'가 따라다닌다. 지난 2006년 민심대장정 100일을 마치고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으로 나타나던 날 북한 1차 핵실험이 터졌다. 신문에 단신 한 꼭지만 손 전 대표 복귀를 기록했다. 이듬해 한나라당 탈당 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한미 FTA 대규모 시위, 2017년 국민의 당 입당 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이러다 보니 주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젠 나라 걱정 그만 좀 하라. 정치도 끊어라"는 권유다.

지난 8일 매일경제신문과 서울 서대문 사무실에서 만난 손 전 대표는 "그래도 대통령제를 폐지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겠단 사람은 그래도 나 하나 아닌가. (대통령이)안 되도 누군가 목소리는 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90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돈도 조직도, 뜨거운 응원도 없이 가시밭길을 가겠다는 그의 '이유'를 들어봤다.

- 진보·보수·중도를 넘나들었다. 지금은 어디에 서있나.

▷진보 보수로 갈려 서 있는 자체를 나는 부정한다. 중도라는 말도 편을 가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정치 입문은 과거 민주자유당인데 단순히 보수당으로 입당한 게 아니다. YS의 개혁주의를 좇은거다. 나중에 민주당서 당대표를 2번이나 했다. 2번 할 때마다 야권통합을 했다. 사회가 통합되고 안정되려면 의회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 우리도 대통령제에 대해 철저 반성하고 또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에 제가 '대통령제 폐지'를 주장하고 대통령 선거 나온 이유다.

- 대통령제 반드시 나쁘다 말할 수 있나.

▷양극단의 무한 대결, 정치가 아니라 싸움으로 만드는 게 대통령제 폐해다. 정치 뿐 아니라 경제 사회도 심지어는 언론도 정권 영향 받고 눈치 보는 이런 극단적 대결 형태가 됐다. 선진국 중에서 대통령제 하는건 미국과 한국 뿐이다. 전직 대통령 사망 했는데 조문은 커녕 조화도 안보내고 여당 대표는 인격적 비난까지 한다. 전직 대통령들 다 감옥 가 있고. 선진국의 정치 모습이 아니다.

- 말씀대로 미국도 여전히 하고 있다.

▷미국도 대통령제 폐해가 점점 더 심해진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혼란 어떠냐. 대통령 임기 끝났는데도 트럼프 지지자들 정권보이콧 하며 의회 점령했었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 지금 (양당 후보들이)내가 대통령 되면 당신 감옥 가야 한단 얘기를 간접적으로 하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 같았으면 트럼프, 감옥 지금 들어앉아서 지금 무기징역 받았을 거다. 이젠 감옥가는 대통령 없어야 한다. 그래도 미국은 의회가 정치 중심을 잡고 있고 예산권 인정 하니까 저 정도로 유지된다. 우리나라는 전권 아니면 전무다.

매일경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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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권도 대통령 탈권위 앞장세웠다.

▷지금 청와대 정부라 할만큼 모든 게 청와대에서 이뤄진다. 정부부처 장·차관은 물론 각 실·국장, 심지어 과장까지 청와대가 한다는 얘기도 있다. 공사들 사장은 물론이고 감사·사외이사까지 '지난 선거 때 뭐했어 우리편이었나'를 따져 기준으로 삼는다. 진영 논리의 아주 적나라한 모습이다. 또 이 정권 들어서 반기업 정서가 많이 퍼지게 됐다. 그러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민간기업이 아무리 세계적으로 크고 우리나라 수출 4분의 1 차지하고 해도 권력이 있냐. 자칫하면 구속된다. 권력이자 집권당 눈치보는 거다. BTS를 UN에 데려가고 청와대 부르고. 영광일수도 있겠지만 정치 권력이 압도적이니까 문화 부문도 이용하는거다.

- 대통령제 폐지·내각제 결국 개헌해야 하는데.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반대해 개헌 못 한거다. 여당 국회의원 중에 개헌론자들 많다. 대통령 중임제 같은 걸 내니까 안되는 거다. 그렇게 해봐야 첫 4년이 다음 대선 4년 위한 준비기간이 된다. 의회가 중심이 돼서 한 당이 장악하는게 아니라 작은 당과 연립 정부 구성하면 상대당 정책 받아들여야 할 거 아니냐. 대통령 역할은 국민 통합이고 국익이다 싶으면 욕먹더라도 그런 말 하고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저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사면해라 말한다. 일본 기업 배상과 대일 외교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론 눈치만 봐서는 안된다.

- 국민의 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랑 생각이 비슷해 보인다.

▷출마 선언 앞두고 가까운 어른들 몇분 뵈었다. 불교에서는 송광사 방장스님으로 계시는 현봉스님 만났더니 "당락은 하늘의 뜻에 맡기고 그나가서 국민들에게 목소리 높이라"고 하더라. 김성수 주교님, 최장집 교수님도 만나뵙고 결심 굳히고 김종인 박사님도 만났다. 내가 의회중심·다원주의정치로 바꾸려고 나서겠다고 말하니까 김박사님이 "내가하려던 건데 잘 해보세요"라고 하더라.

매일경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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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사 해본 입장서 '지사 이재명' 평가는.

▷이 지사가 경기지사로 대체 뭘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경기지사가 뭘 하는 직책인가. 내가 지사 때 판교 테크노밸리 기자인을 하고 기공식까지 마쳤다. LG 파주디스플레이 단지 대통령이 준공식 와서는 '손학규 지사님 이제 만족하십니까' 하더라. 정부랑 싸워가며 힘들게 만들었다. 수원 영통지구 광교신도시도 만들었다. 제2 자유로 계획해서 시공하고, 평택항 국제신도시로 계획했다. 그런 게 진짜 경기지사 역할이다. 이 지사가 지사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신산업 과학기술 산업 위해서 해놓은 게 뭐가 있는지 기억 안나고 생각이 안난다.

- 대장동 의혹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직을 유지하려면 본선 뿐만 아니라 당내 경선에도 나서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때 대선 경선 나왔다 안됐는데 경기지사 되서 4년간 뭘 했겠나. 대선 준비 밖에 못한거다. 대선운동은 도의 실·국장으로 안되니까 비선들을 데리고와 도내에서 조직 가동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대장동 사태가 생긴거다. 나도 지사직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 정치부 기자들 안 만나고 외국투자 유치홍보 위해 언론사 산업부장, 경제부장 만났다. 실장급 뿐 아니라 수행비서도 모두 현직 공무원 위주로 채웠다. 지사가 지사일만 하다보면 비선조직이 필요없어 진다.

- 윤석열 후보는 어떻게 보나.

▷사람도 좋고 통도 크고 통찰력 있어 많이 기대했는데 선거가 진행되면서 권위주의 대통령 못 벗어날거란 생각 들더라. "윤석열 사전엔 내로남불이 없다" 출마선언 때 말하던데 "앞으로 윤석열 사전에는 내로남불 없을 것"이라고 말했어야 했다. 검찰총장 까지 되면서 내편 봐준 게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윤 후보가 다른 정권이었으면 이명박·박근혜 구속했겠나. 정권 입맛대로 한거다. 아집과 독선 있는 검사에서 바로 대통령이 되면 세계 움직임과 시장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겠나.

- 정치적 결단할 때 마다 묻히는 '징크스' 있는데 가장 후회됐던 순간이 언제인가.

▷그런 말 사실 손학규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 아닐까. 아직도 등산하다 보면 '아이고 손학규 아니세요 참 안타까워 그때 나오지 말지' 이런 사람들 많다. 바른미래당 대표를 거치고 민생당으로 떠난 그 기간이 제일 아쉽긴 하다. 안철수·유승민 등이 이미 자리 잡아 합당된 상황에서 제가 들어가 제가 할일이 없어 개인적으로 무너졌다. 제 3지대를 제대로 키워서 합의제 민주주의 기초 만들겠단 생각이었는 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 여전히 출마 반대하는 분에 한마디.

▷여태껏 30년 정치 해오면서 지저분한 정치 안했고 오직 나라 위해서 또 경제 발전 위해서 민주주의 발전 위해

뛰었다. 확률 낮은 것 알지만 목소리를 높여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기 위해 어렵지만 광야에 홀로 서서 장미 꽃을 심는다는 심정으로 나왔다. 이 땅의 미래 위해서 우리가 가진 잠재력 일으키기 위해 함께 해달라고 호소드린다.

[이지용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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