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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부 공언대로…한국은 정말 1만명 감당할 수 있나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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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175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도 840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확진 자 발생 이후 누적 확진자는 48만9484명이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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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0명대를 건너뛰고 7000명대로 올라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7175명, 위중증 환자는 840명이다. 둘 다 역대 최고다. ‘확진자 1만 명’에도 점점 가까워진다. 일부에서는 2만 명을 언급한다. 방대본도 증가를 예상하고 비상조치(서킷 브레이커)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8일 브리핑에서 “감염자 규모가 사상 최대이며 이동량도 줄지 않고 추가접종에 속도가 붙지 않는 현 상황으로 보면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어느 시점에 특단의 조치, 즉 비상계획을 발동할지 상황을 주의 깊게 감시하면서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금 상황은 숨막힐 정도다. 중증환자 병상은 서울이 89%(수도권 85%) 찼고, 연일 90%를 오르내린다. 수도권의 의료대응역량 대비 확진자 발생 비율이 2주 전 89.5%에서 지난주 111.2%로 급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방역상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3차 접종을 포함한 적극적인 백신 접종,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 등 국민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정부는 하루 확진 1만 명까지 대응할 수 있다지만 자신감은 없어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만 명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위해 상당한 의료적 조정이 추가로 필요해 병상 확충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하면서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이 75% 이상이면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사적모임 6인으로 제한, 방역패스 확대 등으로 특별방역 대책을 갈음했다. 지난달 중순 이미 상황 악화가 감지됐고 그달 24일 신규 확진 4000명을 넘었다.

“영업시간 제한하고 이동량 줄여야” “병상·의료인력 늘리는 게 급선무”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며칠 후(29일) “과거로 후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게 지침이 돼 6일 특별방역대책도 실효성 낮은 조치로 끝났다.

위드 코로나는 불가피했다. ‘접종률 70% 달성=위드 코로나’라고 수없이 약속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사회적 압박이 폭발 직전이었다. 마침 확진자가 2000명 내외로 비교적 안정되면서 지난달 1일 닻을 올렸다. 하지만 열흘여 만에 복병의 기습을 받았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요양병원·요양원의 고령층에서 집단감염이 쏟아졌다. 화이자를 접종한 75세 노인의 백신 효능이 4개월 만에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하루 확진 3000명 선부터 중환자실이 차기 시작하더니 한 달 만에 400개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주 본부장은 “백신 효능 저하, 단기간의 환자 급증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지난달 말 정체불명의 오미크론이 강타했다.

뜻밖의 복병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브레이크에 발을 얹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20~50대 접종 완료자의 상당수도 델타 변이에 뚫려 하루 확진자가 7000명대로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이들은 중증이나 사망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미미하다. 최재욱(예방의학) 고려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를 잠정 중단하고 종전의 거리두기 4단계나 더 강한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서킷 브레이커 발동 시기를 놓쳤다. 영업시간을 오후 6시로 제한하고 사적모임을 2인으로 줄여야 할 것 같다”며 “늦을수록 일이 커져서 ‘크리스마스 악몽’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실시했던 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도 상황 악화로 재봉쇄를 택했다.

김동현(예방의학) 한림대 의대 교수도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재택근무를 강화해 이동량을 줄일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대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영수 본부장은 “확진자 7000명 발생 시기가 열흘 정도 당겨졌을 뿐 예상한 일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병상을 더 열고, 75세 이상 고령자 부스터샷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하루 확진 2만 명에 서킷 브레이커를 써야지 지금은 이르다”고 말한다. 김윤(의료관리학) 서울대 의대 교수도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해도 확진자가 줄지 않아 효과 대비 비용이 더 클 것이다. 지금은 병상과 의료인력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방대본이 힘이 있느냐”고 탄식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방역 대통령’으로서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7175명 하루 확진 최다 (8일 0시 기준)

840명 위중증 환자 최다

63명 하루 사망자

1만7362명 재택치료자

111% 의료능력 한계 초과(의료 역량 대비 확진자 발생 비율, 6일 정부 발표)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우림·최서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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