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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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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퇴원 날 청혼" BTS 사진작가가 담은 가족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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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주영씨 가족. 남편은 해외 출장 중이라 마음만 함께 했다고 한다. [사진 제공 김명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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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회사원 모주영 씨는 8년 전,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바뀌었다. 바쁜 출근길, 걸음을 재촉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버스에 치이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게 되었기 때문. 사랑하는 남자와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을 꿈꿨던 주영씨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는 듯했다. 그런 그가 퇴원하는 날, 남자친구가 그에게 청혼을 했다. 절망은 또다른 희망으로 바뀌었다.

주영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가장 가까이 간호하고 싶은데,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약이 많은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남들처럼 평범한 가족은 꾸리지 못하게 됐지만 그만큼 더 특별한 가족을 선물로 받았다. 주영 씨 가족이 김명중 사진작가의 ‘가족 이야기 사진전’의 주인공 중 하나로 선정된 배경이다. 김명중 작가는 지난 2일 서울 성수동 스튜디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평범한 가족들의 비범한 스토리를 담아내고 싶었다”며 “‘사고를 당하긴 했지만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라고 활짝 웃던 주영씨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촬영한 사진 속 주영 씨의 표정엔 우여곡절을 잘 극복해낸 이들 특유의 따스함이 서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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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사진작가가 지난 9월 중앙일보 사진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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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는 김 작가가 여성가족부와 함께 이 시대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경의 전속 사진작가 MJ Kim으로도 통하는 그는 방탄소년단(BTS),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내로라하는 셀럽의 사진을 도맡아 촬영해왔다. 그런 그는 동시에 보통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는 작업이 소중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족은 의미가 각별한 테마다. 2019년 한 인터뷰에서 “내게 남을 최고의 작품 사진은 결국 가족 사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다소 소박했던 그의 스튜디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사진은 그의 부인과 아들 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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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작가의 성수동 작업실 한켠. 가족사진을 빼곡히 붙여놓았다. 그는 "내게 항상 힘을 주는 사진"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중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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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단위는 5G 급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핵가족화뿐 아니라 이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혼재하는 게 2021년 대한민국 사회다. 김 작가가 이번에 촬영한 가족은 모두 15팀. 주영씨 무릎 위의 반려견이나 반려묘, 반려식물도 새로운 가족으로 등장했고,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가족도 여럿이다.

김 작가의 카메라 앞에 선 이들 중엔 네팔에서온 한국남자 정제한 씨와 가족도 있다. 정제한 씨는 네팔에서 나고 자랐다가 한국의 의료봉사단에 감동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러다 그 봉사단 중 한 명의 딸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렸다. 자신도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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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족, 정제한 씨와 부인, 그리고 딸. [김명중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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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히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가 이런 다문화 가족 스토리이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일하며 그 자신이 외국인이었던 시절의 경험도 녹아있다. 그가 들려준 얘기 한토막.

“영국 유치원에서 목격했던 장면이에요. 한 아이가 선생님에게 ‘우리 엄마는 폴란드에서 왔는데 영어를 못해서 창피해요’라고 칭얼거리고 있었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아니, 너의 어머니는 폴란드어도 너무 잘하고 거기에다 이미 영어도 배우고 계신 거잖니, 얼마나 멋진데’라고 하더라고요. 정작 영국에선 영어를 못하는 게 흠이 아닌 거죠.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게 중요한지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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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대디 김지환씨와 금지옥엽 딸. [김명중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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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가족의 형태는 엄마가 없는 가족이다. 홀로 딸을 키우는 김지환 씨도 김 작가 카메라 앞에 섰다. 김 작가는 “지환씨와 딸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이미 존재하는 우리 사회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셀럽들의 사진엔 스펙타클이 있지만, 이번처럼 평범한 분들의 사진엔 그분들의 선함과 따스함이 있다”며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만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번 사진전은 31일까지 5호선 공덕역 등 지하철 곳곳의 광고판 및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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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에 전시된 탈북 청소년들의 가족 사진. [김명중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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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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