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엔지니어'.
삼성전자가 7일 단행한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의 삼각축을 이끌게 된 수장들의 공통 특성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며 기술 강화와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코로나19(COVID-19)장기화 등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에서 '안정'을 택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오히려 '쇄신'을 택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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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가전 새 수장에 'TV 한 우물' 한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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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한종희 신임 부회장은 IM(IT·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 부문을 통합한 세트 부문을 이끌게 됐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IM과 CE로 나뉘어져 있던 사업부를 이번에 세트 부문으로 통합했다. 콤팩트한 사업부 재편으로 제품과 서비스 간 시너지를 창출해내겠단 의도다.
통합 사업부의 첫 리더가 된 한 부회장은 소문난 TV전문가다. 올해 만 59세(1962년생)로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TV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30년을 넘게 줄곧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만 일했다. 한 우물만 판 덕분에 자연히 이력엔 VD 상품기획, 개발실장, 사업부장 등 'VD'투성이다.
TV개발 전문가로 평생을 살아온 한 부회장은 '코뿔소'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직한 성격을 비유하는 셈이다. 입사 후에도 석사와 박사 등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다른 임원들과 달리 오직 '일'에만 집중한 것 역시 한 부회장이 '뼛속까지 엔지니어'라는 점을 드러낸다. 그는 회사 내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사적인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TV개발 등 사업 얘기를 주로 나눈다고 한다.
LCD(액정표시장치) TV부터 마이크로 LED TV까지 한 부회장이 일했던 30여년간 삼성이 내놓은 TV에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2017년 11월부턴 VD사업부장을 맡아 이끌어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3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30.2%, 수량 기준 20.6%로 2006년 이후 16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TV 판매 대수는 3084만대다.
개발전문가로 들어왔지만 개발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밝고 꼼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부장이 된 이후엔 기존 TV 외에도 라이프 스타일 TV 등 새로운 형태의 TV, TV 서비스 등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해 왔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세트 사업 전체를 이끄는 수장으로 사업부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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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부 수장은 '사이다 소통왕' 경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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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자리를 옮겨 DS(디바이스솔루션)사업부를 이끈다. 경 사장 역시 만 58세(1963년생)로 기존에 DS사업부를 이끌었던 김기남 회장보다 5살 어리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모두 마치고 삼성전자 학술연수에 참여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D램 설계와 플레시 메모리 개발실장, 솔루션 개발실장 등을 거치며 메모리반도체 개발을 주도해왔다.
경 사장은 기술 강화를 토대로 한 사업의 질적 성장을 중요시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 취임시 '기술이 강한 회사'를 강조하면서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실용주의 철학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전기는 경 사장 취임이후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내기도 했다.
질적 성장 외에 사내에선 '사이다 소통왕'으로도 불린다. 임직원들과 거리낌없이 대화하며 기존 임원들이라면 꺼릴 만한 얘기도 시원히 답한다는 이유에서다. 경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온 후 임직원과 대화에서 구체적인 성과급 예상치를 언급하며 직원들을 독려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인간관계와 관련한 책을 읽는 등 기업 조직문화 혁신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경 사장이 반도체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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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지원 TF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으로…반도체 최고 실적 낸 김기남 회장은 후진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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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 |
이날 정기인사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장은 전략기획실과 미래전략실 등 삼성그룹 요직을 거친 전략기획통이다. 향후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굴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등 '뉴삼성'의 미래준비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장을 맡아 반도체 사업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김기남 부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회장 승진 후 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회장은 경영 일선을 떠나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에 나선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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