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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코디언 연주 대가 심성락씨 별세…“한국 대중음악 키운 원로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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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국 아코디언의 전설로 꼽히는 연주자 심성락씨가 4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곡이 7000여 곡에 달하고 참여한 음반은 1000여 장에 이른다.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작곡가, 전자오르간 연주자로 패티김, 이미자, 조용필, 나훈아, 이승철, 신승훈, 김건모 등 숱한 가수들과 작업했다. 연합뉴스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씨가 지난 4일 병환으로 별세했다. 본명 심임섭 대신 ‘소리로 세상을 즐겁게 하라’는 뜻의 성락(聲樂)을 활동명으로 쓴 고인은 한국 아코디언 연주의 거장으로 꼽힌다. 향년 85세.

고인은 아코디언과 전자오르간 연주자였고 작곡가였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고인의 연주곡은 7000여곡, 음반은 1000여장에 이른다. 한국 대중음악계의 산증인인 그는 패티김·조용필·나훈아·이승철·신승훈·김건모 등 여러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하거나 함께 작업했다.

17세 때인 1953년 아코디언을 처음으로 잡은 그는 독학으로 연주를 익혔다. 어릴 적 사고로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그는 네 손가락으로 연주를 해 왔다. 박춘석 작곡가의 ‘꿀밤 삼백석’을 녹음한 것이 세션맨으로서의 첫 데뷔다. 영화 <인어공주>와 <봄날은 간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대통령의 악사’로 불리기도 했다. 1970년대 김종필 국무총리에게 전자오르간을 가르친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에서 몇 차례 연주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삼청동 총리공관 연회에서 대통령의 노래에 맞춰 반주했고,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도 청와대 행사에서 전자오르간 반주를 했다.

아코디언과 전자오르간 연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고인은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2011년 6월에는 헌정공연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생존해 있는 연주자에게 공연이 헌정된 것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2019년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연주했다. 당시 함께 무대에 섰던 하림은 “지난번 뵐 때 다음에 또 함께 연주하자 했는데 그 약속은 이제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심성락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1980년대부터 20년 넘게 연주해 온 아코디언을 잃었다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새 악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1980년대 5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악기였다고 한다. 이승철·루시드폴 등 후배 가수들과 정치인들이 후원에 참여하면서 같은 악기를 다시 구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고인은 1950~1960년대 대중가요 초창기를 장식했던 원로 연주자이자 음악가”라며 “연주자로서 작곡가와 가수의 뒤에서 그들을 빛내주고, 한국 대중음악의 살집을 불려준 위대한 원로 음악가”라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임원과 후배 연주자들이 주관한다. 기타리스트 윤영인씨가 장례위원장, 이유신·송순기·김원용·김지환·함춘호 등 후배 연주자들이 장례위원으로 나서 연주인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빈소는 6일 경기 남양주시 백련장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 이천시 한국 SGI 평화공원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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