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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야가 따로 없는 퍼주기, 재정준칙 법제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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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은 방만한 재정 운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애초 정부안도 올해 추가경정 이전 본예산 558조원보다 8%넘게 늘린 604조 4000억원의 슈퍼 예산이었다. 그런데 국회가 송곳 심사로 불요불급한 항목을 깎아내기는커녕 오히려 3조 3000억원 얹어 607조 7000억원으로 더 늘렸다. 여기에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의 영향이 더해져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내년에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08조 4000억원 늘어난 1064조 4000억원에 이르러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대로 올라서게 됐다.

내년도 예산은 여야 사전 합의가 불발돼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됐다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담합 흔적이 곳곳에 확연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요구를 반영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정부안에 비해 5배나 되는 30조원으로 늘려 처리했다. 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은 수원 지역구 경찰서 신축 예산 100억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울산 지역구 공영주차장 설치 예산 76억원을 각각 따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출입국 통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도 의원 외교활동 지원 예산은 정부안 79억여원에서 95억여원으로 16억원가량 증액됐다. 여야가 납세자인 국민이 내는 돈으로 서로를 챙겨준 셈이다.

내년도 예산은 특히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세금이 선거용 선심으로 오염됐다는 점에서 더 개탄스럽다. 이래서는 국가 재정이 갈수록 부실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을 대표해 정부의 예산 운용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정치적 계산 앞에 망가진 것이다.

이런 선거용 퍼주기 예산 담합은 사실 이번만이 아니며, 제도적 조치 없이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 뻔하다. 이런 측면에서도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재정수지와 국가채무에 대한 법적 제한은 정부 재정 운영의 건실화를 유도할 뿐 아니라 정치인의 국가 예산 사유화에 대한 견제장치 역할도 해줄 것이다. 국회가 재정준칙 입법을 더는 미루지 말도록 온 국민이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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