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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강’ 건너 큰 배 띄운 윤석열…‘문재인의 강’ 앞 이재명은? [박성민의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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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슈’가 남긴 것

[경향신문]



경향신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빨간색 후드티를 입고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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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00일(11월29일)에 발표한 KBS·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이재명과 윤석열 지지도는 35.5%로 같았다. KBS·한국리서치가 11월8일에 발표한 조사에서는 윤석열 34.6%, 이재명 28.6%였다. 이재명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이날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의 55승1무와 이재명의 카멜레온 전략’이란 글을 올렸다. 윤석열의 압도적 우세를 앞세웠지만 이재명의 변화 혹은 변신에 대한 초조가 묻어났다.

그날 저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불길한(?) 메시지를 남겼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12월1일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조사는 이재명 35.5%, 윤석열 34.6%로 나왔다. 오차범위 내지만 어쨌든 윤석열의 첫 패배였다.

이재명 지지율 상승세 속에 터진
이준석과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
윤석열 리더십의 문제로 번졌다

12월2일 이준석 대표는 “당무 거부냐 얘기하시는데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에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패싱’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후보가 저와 어떤 걸 상의한 적도 없기 때문에 저희 간에 이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석하자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자기를 당무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윤석열 후보와도 차단하고 있다는 고발이다.

‘윤핵관’들에 대한 분노는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발언을 한 인사를 후보가 누군지 아실 것”이라며 “모르신다면 계속 가고, 아신다면 인사 조처가 있어야 할 걸로 본다”는 대목에서 폭발했다. 그날 저녁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는 “당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직선적으로 도발했다. 윤석열 후보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다. 대중은 이슈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준석 주장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윤석열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로 관전 포인트가 이동했다. 대선 때는 어떤 일이든 후보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 어려운 위기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 이슈’는 윤석열의 기회다. 5년 단임의 한국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 모두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적 이미지가 중요하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다른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소통 이미지로 대통령이 되었다. 다음 대통령 역시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사람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두 가지 치명적 한계를 보였다. ‘국민통합’을 방기했다는 것과 위기 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당시 국민들이 서초동과 광화문광장에서 충돌할 때도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대선 경선에서는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는 말로 이견에 대한 폭력적 공격을 부추겼다. 그 결과 지금 대선 후보들이 국민통합이라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든 책임이 크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총사령관’이다. 평시에는 안 보여도 위기 때는 보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을 1년 이상 방치했다. 이 문제를 대통령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해결한다는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가 된 상황이 리더십 실패의 방증이다.

윤석열 위기의 핵심도 ‘본·부·장 리스크’나 비전 부재가 아니라 리더십 부재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국민이 다음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대통령다운’ 리더십이다. 윤석열은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면 절대로 하지 않을 두 가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절대 혼밥하지 않겠다. 야당 인사나 언론인, 국민들과 항상 함께하겠다. 필요하면 두 번씩 먹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밥 먹으며 소통하겠다”는 것과 “절대로 국민 앞에서 숨지 않겠다.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나와서 잘했든 잘못했든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통은 그저 밥만 같이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정치적 유연함과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과 지지자에게 욕먹을 용기가 없는 사람은 대통령은커녕 정치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의 치명적 약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후보 선출 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던 윤석열이 이재명의 추격을 허용한 것은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당내 분열을 해결하지 못하고 장제원·김성태·이준석 이슈가 터졌을 때도 “(장제원 의원은) 선대위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았다”, “(김성태 KT 청탁은) 오래돼 기억 못했다”, “(윤핵관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며 뒤로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윤석열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와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한 윤석열이라면 ‘비선 실세’와 ‘아빠 찬스’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잣대가 필요했다. ‘윤핵관’에 대해서도 “다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위기의 정점으로 치닫던 12월3일
보수층의 “백기투항” 비판에도
윤, 김종인 ‘선거 전권’ 수용하며
국민의힘 분열 상황을 해소하고
2030·중도 확장할 라인업 갖춰

위기의 정점은 12월3일 오전이었다. 이준석 대표가 “윤 후보 측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면서 의제를 사전 조율해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제가 누군가에게 (의제를) 사전에 제출해서 검열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있다. 후보가 직접 나오지 못하고 ‘핵심 관계자’의 검열을 거치자는 의도라면 저는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배수진을 친 이준석의 완승, ‘윤핵관’의 완패였다. 결국 김종인과 이준석은 원하는 것을 ‘더’ 얻으면서 합류했다. 노련한 김종인과 영민한 이준석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는가”에 탁월하다. 둘은 황금 콤비다. 역량의 차이가 커서 애당초 ‘윤핵관’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김종인과 이준석을 끔찍이 싫어하는 보수 인사들에게는 충격적 반전이었다.

전여옥은 페이스북에 “윤석열이 무너져 내렸네요. 간단히 말하면 ‘백기투항’! 오늘 ‘울산담판’은 윤석열 후보와 당대표 이준석의 ‘만남’이 아니죠. ‘김종인 아바타’ 이준석과 윤석열의 담판이었습니다. 불고기 먹자마자 나온 첫 속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윤석열 후보는 친절하게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선대위를 총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라며 당혹감과 절망감을 토로했다.

결국 지난 7월 윤석열을 만나 “야심이 있다면 (김종인 위원장에게) 매달려야 한다”고 조언했던 이준석의 뜻대로 됐다. ‘전권’을 가진 김종인은 이준석의 예언(?)대로 “개표방송 때 당선된 후보 옆자리에 계실” 가능성이 커졌다. 김종인과 이준석만 승자가 아니다. 윤석열과 홍준표도 승자다.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이용해 ‘얻고 싶은 것’을 얻었다.

윤석열은 김종인·이준석·홍준표를 통해 당내 분열 상황을 해소했다. 이젠 유승민과 안철수만 끌어들이면 된다. 어차피 대통령이 꿈인 윤석열로서는 경선의 강을 건넌 배를 불사르고 본선의 바다를 건널 큰 배가 필요했다. 2일 저녁 총괄선대위원장 ‘플랜B’ 홍준표와의 만남은 김종인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홍준표도 모르지 않았다. 그는 “나를 이용해서 대선 캠프를 완성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책략”이라고 평했다. 다시 한번 대권 도전을 노리는 홍준표로서는 “나의 역할도 있었으니 그 또한 만족”이라며 자칫 몽니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노련하게 벗어났다.

정치는 수학이 아니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 지리산이나 북한산 올라가는 계곡이 수도 없이 많듯이 정치는 어느 길로 가느냐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선거 전략은 매 순간 여러 개의 시나리오별 강·약점을 검토하고 실행할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은 후보의 몫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의 핵심은 ‘김종인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세울 것인가? 말 것인가?’다. 어떤 경우든 홍준표는 강력한 옵션이다. 김종인을 대체하는 ‘플랜B’로 쓸 수도 있고, 김종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레버리지로도 쓸 수 있는 카드다.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레버리지가 됐다.

만약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다가 (4·7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안철수처럼)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길을 택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윤석열 야권 단일후보 가능성은 50% 정도였을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도 그 정도였을 것이다. 다만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교체 가능성은 90%는 됐을 것이다.

윤석열은 조기 입당을 선택했다. 그 순간 윤석열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은 90%로 올라갔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은 50%로 낮아졌다. 11월5일 후보 확정 후 인터뷰에서 “조기 입당이 가장 잘한 일”이라는 자평처럼 윤석열로서는 “땅에 떨어진 권력을 주울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었다. 후보 될 가능성이 압도적이었으니까. 문제는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정권교체를 위험에 빠뜨린 ‘윤핵관’들이다.

윤석열이 김종인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고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운동 기획의 전권을 드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50%의 가능성을 다시 90%로 높이기 위한 전략 변경이다. 김종인 선대위는 인물·전략·메시지·공약·선거운동의 타깃을 스윙보터인 중도와 2030에 집중할 것이다. 윤석열은 진영 싸움을 끝내자는 메시지를 들고 국민통합의 바다를 맘 놓고 항해할 수 있는 거대한 배로 갈아탔다. 광폭 행보를 위한 자신감과 교두보를 얻었다.

정권·세대교체 여론에 눌린 여권
위기 직시하고 ‘조국의 강’ 넘어
담대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반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선거를 짓누르고 있는 정권교체 여론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선거에서는 55% 대 35%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정권교체 여론이 55%를 넘고 정권재창출 여론이 35%를 밑돌면 정권교체는 거의 확실하다. 현재 정권교체 여론은 55%를 넘나들고 있고 정권재창출 여론은 35% 언저리다. 이재명의 지지율이 35%에 막혀 있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을 완전히 건넌 라인업으로 전쟁터에 나섰는데 민주당은 아직 ‘조국의 강’과 ‘문재인의 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86’이 중심인 민주당은 정권교체와 세대교체의 대상인 ‘이중 기득권’ 상황에 처해 있다. 만약 민주당이 (2002년 노무현처럼) 이재명이 ‘야당 후보처럼’ 보일 정도의 담대한 변화의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정권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강성 지지자들의 여전한 목소리와 태도를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 위기라는 데 동의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위기라고 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았다. 이재명은 위기라고 느끼는 것 같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총선까지 보수 정당이 네 번 연속 패배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박성민

경향신문

1991년 설립한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대표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다. 30년 이상 선거를 치르면서 익힌 감각과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평가받고 있다.

정치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정치의 몰락> 등을 썼다.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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