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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외신이 본 한국]한국의 새로운 힐링 방법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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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휴대폰 안되는 멍때리기 전용 카페 등장

멀티플렉스에서 ‘불멍’ 관련 영상 상영하기도

외로움 좋지만 갇힌 느낌 싫어…야외 멍때리기 유행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멍때린다’. 아무 생각 없이 공허한 상태로 앉아 있는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과거에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재 한국의 상황은 변했습니다. 이제 멍때리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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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사진=연합뉴스)


이런 현상을 외신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서울숲에 위치한 카페 한 곳을 소개하며 이곳의 독특한 규칙을 소개했습니다. 그 카페에 있는 사람은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되고, 전화기도 무음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곳이 지향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그냥 멍때릴 것”

WP는 한국인이 치열한 경쟁과 빡빡한 근로 환경으로 정신적인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폭등한 부동산 가격은 한국인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문화,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지며 한국인들은 필사적으로 새로운 피난처를 찾아야만 했다고 WP는 봤습니다. 결국 치열한 현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멍때리기가 치유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숲 힐링 카페 그린랩의 한 직원은 “한국 사회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허용되는 공간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라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는 있지만 대중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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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불멍 포스터(사진=메가박스)




WP는 멍때리는 문화의 또 다른 예로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의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비행’이란 영상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약 7000원 정도의 돈을 내고 40분 동안 하늘을 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됩니다. 마치 비행기에 탄 것처럼 말이죠. 메가박스는 멍때리기의 대세로 자리잡은 ‘불멍’도 영상화했습니다. 불멍이란 모닥불이 타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걸 의미합니다.

WP는 멍때리기가 재충전 방법으로 자리 잡은 까닭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차단되면서 사람들은 약 2년 가까이 ‘혼자 갇혀 있는 시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외로움에는 적응했지만, 격리됐다는 느낌은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윤덕환 소비자 트렌드 연구원은 WP에 “사람들은 갇힌 느낌과 외로움을 동시에 견디기 힘들어 한다”라면서 사람들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즐기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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