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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남북 군비경쟁 악순환과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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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남과 북이 새로운 무기를 공개하면서 한반도에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15일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우리 군 최초로 도산안창호함에서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북한도 9월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 발사했고, 10월19일에는 ‘8·24 영웅함’에서 신형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남한의 도를 넘는 무력증강과 군사활동이 안정과 균형을 파괴하며 충돌위험을 야기한다고 비난했다. 다음달 최초로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는 북한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며 북한의 국방력 강화는 자위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우리 군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억제·대응을 위해 원거리 감시능력, 정밀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남과 북 모두 자신의 전력 증강을 방어적 목적이라고 하지만 상대방은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이로 인해 남북 간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의 군사력 증강이 상대방의 군사력 증강을 야기하는 안보딜레마의 전형적 모습이다.

남북 군비경쟁은 6·25전쟁 이후 지속되어 왔다. 특히, 탈냉전 이후 북한은 대외적 정세 변화와 남한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고자 핵·미사일 개발을 본격 추진해 왔고, 이에 우리 군은 첨단 재래식 전력 증강과 미국의 확장억제로 대응해왔다. 군비경쟁은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높이고, 과도한 국방비 지출을 야기해 사회경제 발전의 역량을 저해한다. 하루빨리 군비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력을 재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상호 신뢰회복을 위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겉으로 평화를 내세우지만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어느 일방의 호의적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남북 및 북·미 간의 국력 격차를 감안할 때, 체제 생존에 대한 우려가 있는 북한보다 한·미가 먼저 행동에 나서는 것이 용이할 것이다. 이는 일방적 양보가 아니라 호혜적 관계 형성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은 2017년 12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한·미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3월 한·미연합훈련 조정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상호 위협 감소를 위해 군비통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는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감소시킴으로써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뒷받침해 왔다. 9·19 군사합의 중 접경지역에서 적대행위 금지는 지금도 여전히 잘 준수되고 있다.

향후 남북군사회담이 재개되면 군사 당국 간 직통전화 개설, 군사훈련에 대한 상호 초청과 참관 등 대화와 교류를 통한 군사적 신뢰구축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다양한 군사현안을 논의하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를 협의하고,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셋째, 군비경쟁에서 벗어나 평화 공존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내 사회의 이해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지속된 군비경쟁 속에서 상대방의 호전성을 부각시키는 언술이 우리 사회 내 보편화되고, 평화보다는 군사·안보의 담론이 우세한 것이 현실이다. 한반도 평화는 군사력만으로 이룰 수 없고, 신뢰구축을 통한 적대관계 해소가 근본적 해결 방안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지난 11월 재개된 DMZ 평화의 길, 판문점 견학과 같이 일상에서 평화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평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금년 6월 공개된 통일국민협약안을 도출하기 위해 보수·중도·진보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7대 종교단체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가 지난 4년간 총 60여회 개최되었다. 공론의 장으로서 사회적 대화를 더욱 활성화하여 일반 국민이 평화와 통일에 관한 견해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은 남북협력이다.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군비경쟁 악순환에서 벗어나 동북아까지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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