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5000명씩 나오는데 '오미크론'까지
자영업자들 "위드 코로나 이후 숨통 트이나 했는데" 불안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허미담 기자damd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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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장사하기 참 힘드네요. 문 닫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한 찜닭집을 운영하는 유모씨(60)는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나아졌다. 그런데 근래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또 거리두기 할까 봐 걱정"이라며 "거리두기 4단계일 때는 명동에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제 겨우 숨통 트이나 했는데 또 변이 바이러스네 뭐니 해서 거리두기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연말 대목을 기대하고 있긴 한데 손님들이 올지 안 올지 잘 모르겠다"라며 "자릿세도 안 나오고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계속 가게 문을 열어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선 데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국내에 유입되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 회복에 기대감을 품던 자영업자들은 연말 특수를 기대했으나, 심각한 방역 위기에 또다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정부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방문한 명동 일대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는 빈 점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손님이 없어 적막함이 흘렀다. 특히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1층 점포는 폐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3층짜리 건물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만 붙은 채 통째로 비어 있기도 했다.
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점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damd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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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거리의 한 갈비찜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 최모씨(55)도 예약 명부를 뒤적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명동은 외국인이 주 고객층인데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위드 코로나를 해도 매출은 그대로"라며 "뉴스에서는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도 늘고 가게 예약도 늘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아직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도 저녁에는 2~3팀밖에 오지 않는다. 우리 가게가 30년 정도 됐는데 이렇게 매출이 저조한 적은 처음이라더라. 12월 예약은 아예 없을 정도"라며 "다들 힘든데 꾸역꾸역 버티는 거다. 주변 가게들은 이미 임대 문의를 낸 지 오래"라고 했다.
또 그는 "옛날에 명동거리를 다니면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라며 "이대나 홍대 이런 곳보다 명동의 매출 타격이 더 큰 것 같다. 거기는 그래도 젊은이들이 아직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여긴 외국인들이 방문을 안 하니까 매출이 늘지를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앞선 거리두기 4단계 수준으로 모든 조치를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사적모임 인원 축소는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 영업시간 제한, 집합 금지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4단계 방역체계에서는 사적모임이 4명까지만 허용됐고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가능했다. 일상회복을 앞둔 10월 마지막 2주간은 접종 완료자를 포함할 경우 수도권에서는 최대 8명까지, 비수도권은 최대 10명까지 모일 수 있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damd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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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영업자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겨우 영업 제한 풀려서 장사 좀 해보나 했더니 확진자는 5000명대를 기록하고 오미크론 확진자까지 나왔다"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나. 진짜 답답하고 힘빠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 역시 "위드 코로나 해서 아르바이트생 채용했는데 또 거리두기 하면 어떻게 하나", "왜 맨날 자영업자만 희생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냐",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늘어날 거라는 걸 정말 몰랐나"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전문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할 때 확진자, 위중증 환자 증가에 대한 게 얘기됐지만, 단서를 하나 붙인 게 비상 계획이었다"며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중환자가 발생하면, 멈춰서 유행 상황을 안정화시키고 다시 진행하겠단 약속을 했다. 그 부분이 약속됐기 때문에 일상회복을 동의하고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해 "당연히 고통을 알고 있다"며 "저희가 비상 계획을 세울 때 '비상 계획을 가동하게 되면 패키지 형태의 정책 자금들을 반드시 측정하고 비상 계획과 더불어 바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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