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오미크론' 덮친 증시, 개인 엑소더스…한국 주식 사들이는 外人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미 증시 디커플링 심화

오미크론 국내 상륙에도 장초반 반등

"조정 겪은 한국증시 선진국대비 가격 메리트"

동학개미 거래비중 감소 vs 서학개미 보유규모 확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공병선 기자] 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의 공포가 덮친 미국 증시와 달리 약세 출발한 국내 증시가 장 초반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는 올해 조정장이 길어진 만큼 선진국과 비교해 저평가된 기업가치가 외국인 투자심리의 불씨를 살렸다는 분석이다. 물론 단순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는 기술적 반등에 무게를 실으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대신 미국 시장으로 시선을 옮긴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일 장 초반 코스피 반등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장 시작부터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 속에서 반도체 업종을 집중 매수하며 개장 20분만에 코스피의 상승 전환을 주도했다. 전일 미국에서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미국 3대 지수가 일제히 1% 넘게 하락 마감하며 국내 증시도 약세가 전망됐지만, 장초반 2900을 회복하며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나타냈다. 오미크론의 국내 첫 확진으로 투심이 위축된 기관과 개인은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코스피는 장 중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이어갔다.

◆반도체 기대감에 베팅 외인= 외국인은 미국에서 반도체칩 생산 지원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진데다 마이크론이 대만의 UMC와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이날 국내 증시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쇼핑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지난달 30일부터 사흘 연속 순매수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끌었고, 이날 SK하이닉스는 장 중 3%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미 증시의 디커플링의 본질은 오미크론이 아닌 가격"이라며 "미국의 경우 그동안 조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국내 증시가 유리한 구조인데, 특히 반도체 가격 반등과 마이크론이 연동된 산업 이슈가 증시 반등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수출 호조를 통해 확인된 한국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원달러 환율 하락,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주 강세 등이 지수 하단을 지지해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어붙은 동학개미= 다만 국내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어 추가 반등이 나오더라도 추세적 하락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이 분석한 국내 증시에서 개인 거래비중은 지난달 30일 39.7%까지 추락했다. 개인 거래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50%를 밑돌다 지난해 3월 대폭락장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같은해 7월24일 79.5%까지 상승했다. 올해 6월까지 일평균 67%를 유지하다 코스피의 내리막이 시작된 7월 이후 개인 거래 비중도 하락세를 형성했다.

코스피가 지난달 30일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며 전날 코스피는 반발 매수세로 강하게 반등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의 영향력 감소가 주가 조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불붙은 서학개미= 반면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미국 투자는 더욱 확대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1월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평균 보관 규모는 661억859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원화로 78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월별 미국 주식 평균 보관 규모로는 처음 600억달러선을 상회했다. 지난해 11월(291억286만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평균 보관 규모가 증가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달 미국 주식을 더욱 담은 이유는 코스피는 지지부진했지만 미 증시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11월8일(현지시간)엔 다우존스30평균지수(3만6565.73), 22일엔 S&P500(4743.83), 나스닥(1만6212.2)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코스피는 2900~3000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엔 2839.01로 하락 마감했다.

향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성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에서 촉발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투자자들이 분산투자의 관점으로 미국 주식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서학개미들의 보관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이달부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