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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코로나 속 반복되는 아동학대…“아이 탓 아냐, 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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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세 아들 학대 사망사건’ 등에서

코로나 사태 속 경제적 어려움·양육 부담, 학대 동기로 파악돼

전문가 “학대, 정당화될수 없지만 양육 어려움엔 관심 가져야”

헤럴드경제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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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생활고로 3세 딸을 죽이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20대 아버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이 이후 아동학대 처벌이 강화됐지만 부모가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의붓아들 오모(3) 군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이모 씨를 아동학대살해·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지난 29일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임신 8주차인 이씨가 돌이 안 된 아이와 의붓아들을 키우며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 발생 무렵 친부 또한 배달라이더 일을 잠시 중단한 상태였으며 학대를 방임했음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동학대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3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인간은 투사(投射·남 탓 하는 것)하며 원망하는 특성이 있다. 사회나 나라가 잘못한 일이라도 양육자는 아이 탓을 할 위험이 있다”며 “공격 당해도 대항할 수 없는, 때리면 맞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향한 학대가 코로나 상황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회복지사들의 가정 방문이 원활하지 못한 점, 공보육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들이 사실상 중단됐던 점도 지적했다. 그는 “부모가 사회적 지원이 부족해 내가 아이를 책임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도리어 아이를 내 몸, 소유물처럼 여기는 인식이 강해진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는 단기 처방이고 결국 가정에 ‘몰빵’된 양육 부담을 줄이고 ‘절대 때려서는 안 된다’는 부모 교육이 장기간에 걸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8년 2만4604건에서 지난해 3만90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하루 최소 84건의 아동학대가 일어난 셈이다. 학대 증가의 배경으로 정인이 사건 등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신고가 늘어나고, 수사기관의 기능이 커진 점 등도 꼽힌다. 그러나 아동학대 발견율은 4%을 넘지 못한다. 미국(9.2%), 호주(10.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양육 어려움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요즘 내 몸 하나 가누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런 시기 양육자가 어린 생명까지 돌봐야 하는 부담감은 엄청나다”며 “이 땅의 모든 아이는 내 아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양육 지원 서비스나 핫라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또 다른 학대 가해자로 성장할 위험이 있다”며 “코로나19로 사람과 더불어 지내는 절대적 총량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인간 존중과 윤리에 대한 교육이 특히 더 강조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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