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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원리금 월 176만원"···6%턱밑 대출금리에 2030 영끌족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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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해 말 신혼집으로 서울 창동의 한 아파트를 7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을 마련하고,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과 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메웠다. 예비신랑과 함께 모은 2억원을 제외하면 집값의 70% 이상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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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의 한 은행 지점에 대출 상품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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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소식은 그에게 가장 불편한 뉴스 중 하나다. 대출 당시 이자 비용이 낮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 3.5%였던 (주담대) 이자가 다음 달 4%로 오를 예정인 데다 신용대출 금리도 오른다”며 “한 달 원리금이 20만원 늘어 176만3000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앞으로 대출금리는 더 오를 거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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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김씨 부부 원리금 얼마나 늘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의 잠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내서 사업을 끌어온 자영업자의 한숨도 커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등 시장(지표)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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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금리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미 1%포인트 안팎으로 뛰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혼합형, 연 3.85~5.19%)는 25일 기준 5% 선(상단)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2.69~4.20%)보다 최저 금리는 1.69%포인트 뛰었고, 최고 금리는 0.9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52~4.054%에서 연 3.58~4.954%로 급등했다.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 금리(연 3.4~4.63%)는 11개월 만에 0.7~0.8%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25일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채 등 지표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영향이다.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린 측면도 있다. 은행업계에선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과 내년 기준금리 추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내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6%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 금리가 8월(0.25%포인트)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보다 5조8000억원 늘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지난해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난다. 이 자료는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 등을 적용한 것으로 최근 가계신용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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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가 오르면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인 자영업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약 70% 수준이다. 금리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 직후 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3개월 동안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난 빚 규모다.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인 297조 53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3조5181억원 늘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239조4193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8조1141억원이 불었다.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자 빚에 의존해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원금상환과 이자유예 등이 이어지면서 체력이 떨어진 이들의 빚 부담과 상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 만큼 소득이 낮거나 과도하게 영끌한 20·30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젊은 층이 주택ㆍ주식 등 자산시장에 뛰어들면서 과도하게 빚 규모를 늘려왔다”며 “대출금리가 오르면 저소득ㆍ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은 물론 젊은 층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금리 인상기에 '빚투'는 자제해야 한다”며 “기존 계약을 증액하지 않는 조건으로 상환 기간을 늘리거나 더 낮은 이자로 갈아타는 등 빚 갚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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