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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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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별처럼 무수히 많았던 사찰과 탑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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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불교사원실' 신설

황룡사 등 대표 사찰 출토품 망라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해당 구절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전시실 ‘불교사원실’을 24일부터 새롭게 선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새 전시실은 신라미술관 2층에 있던 기존 황룡사실을 공간과 내용 면에서 크게 확장해 신라의 최초 사찰인 흥륜사부터 9~10세기 사리기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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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출토 금동반가사유상(사진=국립경주박물관)


또한 지진에 대비한 면진 진열장 설치, 전면 저반사 유리 도입으로 문화재 안전과 전시 관람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신라미술관 중층의 환경을 개선하고 2층 계단 홀 공간을 전시의 일부로 편입하여 관람객들이 중층을 거쳐 2층 불교사원실로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계단 홀에 전시된 황룡사 출토 치미가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전시실 안에 있던 치미를 밖으로 옮겨 불교사원으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예고하고, 치미의 진열대 높이를 관람객 눈높이에 맞추어 더욱 편안하게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계단 홀은 따뜻하고 밝게 연출하여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시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 도입부에 놓인 석조물은 사원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절터에 놓였던 석탑 부재들을 도입부에 선보임으로써 과거 번성했던 신라 사찰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게 했다.

신라 왕경과 지방의 주요 사찰 유적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탑 장식, 불상, 기와 등을 활용하여 신라 사찰의 역사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구성했다.

황룡사 구층목탑과 분황사 모전석탑에서 발견된 다종다양한 사리기와 공양품은 불교 공인 이후 사찰에 투입된 왕실의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엿볼 수 있다. 황룡사의 사리기 외함 표면에 새겨진 ‘찰주본기’는 7세기의 탑 건립과 9세기 중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탑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상황을 전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통일 직후의 대표 사찰인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과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에서 볼 수 있는 한층 정교해진 도상과 높은 조형미를 통해 통일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신라의 정치, 종교, 예술적 역량을 느낄 수 있다.

통일신라 후반기의 봉화 서동리, 창녕 술정리, 함양 승안사, 포항 법광사의 사리기는 당시 지방 사찰에서 전개된 불교 신앙의 일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유행이 가져온 사리장엄구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 신라의 최초 사찰인 흥륜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의 기와와 전돌 18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일부 전시품에 대한 과학적 조사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하부에서 출토된 백자호 내부에는 3점의 작은 흰색 물질이 들어있었는데, 이는 조개껍데기로 밝혀졌다.

구층목탑 사리공에 봉안되었던 연꽃 모양 받침은 ‘찰주본기’에 언급된 유리로 만든 사리병을 안치한 ‘금은고좌’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번 재질 조사를 통해 가운데 부분이 은, 바깥 부분이 금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분황사의 은으로 만든 합에 들어있던 직물은 능조직을 바탕으로 하고 무늬가 없는 무문릉 또는 소릉으로 밝혀졌다. 능조직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사선(능선)이 보이는 직물 구조를 가리키며, 고려시대 불복장 직물에서 다수 확인된다. 분황사의 것은 황색과 녹색 2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역시 고려시대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자료는 창건 당시와 고려시대의 것이 혼재되어있는 분황사 사리장엄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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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찰주본기(사진=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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