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비축유 방출…"한·영·일·중·인도 동참"
선거 앞두고 지지율 타격에 인플레 잡기 총력
"단기 조치로 유가 상승세 못 막아" 회의론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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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유가 폭등에 대처하고자 주요국들과 협력해 전략비축유(SPR)를 풀기로 했다. 세계적인 에너지난 속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미국이 증산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자, 사상 처음 국제 공조 속에 SPR을 방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SPR 방출 첫 국제 공조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SPR 5000만배럴의 방출 소식을 알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고 전세계와 협력해 (원유를) 적절하게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는 5000만배럴 중 3200만배럴을 추후 수개월간 방출한 후 다시 수년간 이를 채울 계획이다. 나머지 1800만배럴의 경우 앞서 의회가 판매를 승인한 석유의 일부를 방출한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은 총 4개 지역에 걸쳐 6억450만배럴의 SPR을 보유하고 있다. SPR이 시장에 나가는 건 대통령 지시 이후 13일이 걸린다고 CNBC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외에 한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이 동참한다. 미국이 주요 석유 소비국들과 조율해 SPR 방출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 나라들 역시 SPR 방출 소식을 알렸다. 한국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 대한 국제 공조 필요성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 주요 국가들의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의 방출 제안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비축유의 4% 수준인 346만7000배럴을 방출한 적이 있다. 이번 방출 물량과 시기, 방식은 향후 미국 등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도 수일분의 비축유를 우선 방출하고 이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인도 정부는 “SPR 중 500만배럴을 방출하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국들을 불러모아 SPR 방출을 주도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내년 중간선거 판세가 녹록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만큼 인플레이션 잡기가 시급한 것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상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기름값 폭등은 저소득층일수록 피해가 크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미국 전역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409달러를 기록했다. 7년 만의 최고치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최근 한때 배럴당 80달러 중후반대까지 치솟았다.
백악관은 “미국은 코로나19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파른 휘발유 가격 상승을 절감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단기 조치로 못 잡아” 회의론도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비정제유 가격이 5% 이상 하락했음에도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는 3%가량 올랐다”며 정유 회사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FTC는 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 회사들의 반소비자적 행태(anti-consumer behavior)에 대한 증거가 산적해 있다”며 “FTC는 기름값 상승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볼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 회사들이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높여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보라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단기 비상 조치로 기름값이 잡힐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계를 강타하는 공급망 붕괴 속에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연말로 갈수록 원유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팬데믹 이후 풀린 역대급 유동성이 원유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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