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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한국 정착한 아프간인들, 한국 사회 풍성하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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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리카 라트와테 유엔난민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

"난민 거부하는 일부 국가 움직임 우려…강제귀환 조치 멈춰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적절한 지원을 받은 난민은 그들이 정착한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 수백 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을 받아들인 한국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나리라 생각합니다."

인드리카 라트와테 유엔난민기구(UNHCR)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피신한 아프간인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합뉴스

인드리카 라트와테 유엔난민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 [유엔난민기구 제공]


라트와테 지역국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구촌에서 내민 온정의 손길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면서도 "불행한 사실은 이런 도움을 받은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92년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에서 난민 업무 담당관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전 세계에서 벌어진 다양한 난민 사태를 맡아온 그에게도 아프간 이슈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였다.

스리랑카 출신으로 홍콩, 태국, 탄자니아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으로 일하는 그는 "현재 아태 지역에서의 '실향 사태'는 아프간과 미얀마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분쟁 상황이 악화한 아프간의 경우 올해에만 5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정세와 경제 악화, 식량난 탓에 수많은 아프간인이 모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이런 악순환은 주변국에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는 최근 벨라루스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이 중동에서 온 난민 수용을 두고 갈등이 악화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등은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군경을 배치하고 난민의 진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장벽 설치를 추진하면서 유럽연합(EU)에 설치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매일 이란에 도착하는 아프간인은 5천 명에 이르고 이중 약 3천 명은 다시 모국으로 추방당하고 있다"며 "아프간인들에 대한 강제귀환 조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가 보여준 연대 의식에 환영을 표한다"며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인도적 행동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선주민과 난민 간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까지 경험상) 난민을 수용한 지역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현재 한국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목격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연합뉴스

폴란드-벨라루스 난민 사태 속 훈련하는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볼린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볼린주에서 16일(현지시간) 국경수비대가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날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로 진입을 시도하는 난민 수천 명과 폴란드군 및 국경수비대 간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가운데 이곳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1.11.17 knhknh@yna.co.kr


새 국가에 난민이 정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그는 "교육과 의료 혜택 등 기본적인 사회 보장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유엔난민기구 파키스탄 사무소 부대표로 재직 당시 220만 명에 이르는 아프간 난민의 생체 등록을 추진해 보호받을 권리를 마련하고, 사회보장서비스에 적용되도록 했다"며 "이들의 자녀도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선주민이 베푸는 사소하지만 친절한 행동이 난민의 새로운 삶에 큰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강제 실향'은 결코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여긴다"며 "그러나 한국 역시 수십 년 전 한국전쟁으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도 단지 비극적인 상황으로 강제로 집을 떠나게 됐을 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이들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어느 사회에서든 훌륭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존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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