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잠정조치 신청하며 인신구속 항목은 제외…"사안 시급성 고려한 결정"
영장심사 마친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5)씨가 경찰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전 여자친구를 찾아간 것은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법원의 접근금지 결정이 나오기 불과 수 시간 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달 7일 새벽 과거 연인관계였던 30대 여성 A씨의 신고로 분리 조치된 이후 9일 낮 점심시간 무렵에 A씨의 직장 근처를 찾았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오후 1시께 담당 경찰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곧바로 연결되진 않았다. 다만 약 20분 지난 뒤 경찰이 바로 전화를 걸었고, 이 통화에서 A씨는 "직장 근처에 김씨가 왔는데 스마트워치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며 잠정조치 결과를 문의했다.
담당 수사관은 A씨를 안심시킨 뒤 아직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오면 알려주겠다"며 통화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결정은 이로부터 수십분이 지난 오후 2시 50분께 서울 중부경찰서에 팩스로 고지됐다. 경찰은 내용을 확인한 뒤 곧장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결과를 알렸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한 경우엔 스토킹 행위자에게도 그 결정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게도 즉각 연락했지만 김씨가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어 오후 7시께 경찰로 출석시켜 결정 내용을 확인시켰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가 법원 결정과 당사자 고지 등의 절차를 거쳐 실효성을 얻기까지는 김씨가 피해자를 찾아가고 수시간이 흐른 뒤가 된 셈이다.
같은 법에 따르면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잠정조치 결정이 오전에 나왔다면 잠정조치 불이행죄로 김씨를 처벌할 수 있었지만, 실제론 그보다 늦어 김씨의 A씨 직장 방문은 물론 19일 그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잠정조치 가운데 스토킹 행위자를 경찰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가둘 수 있다는 내용(잠정조치 4호)은 빼고 서면 경고와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에 의한 접근금지 등 3개 항목만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증거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서 잠정조치가 기각될 가능성, 사안의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조치들은 특별한 증거 없이도 법원에서 발부가 되지만 유치장 유치는 인신 구속 조치이다 보니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가 가진 것은 진술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잠정조치를 신청한 건 피해자가 최초로 스토킹을 신고하고 수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7일 아침이었다.
이 관계자는 "인신 구속은 법원 판단이 2∼3일 만에 나올 가능성도 낮다. 당시 경찰은 최대한 빨리 진행하자는 판단이 앞섰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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