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IPO 이후 주가 고공 상승
테슬라, 도요타 이어 글로벌 톱 3 등극
"진짜 시험은 대량생산" 일각선 비관론
지난 9월 이후 5주간 평균 생산량 1일 1.5대
대량생산·현금 흐름 잡은 테슬라와 대비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픽업트럭. / 사진=리비안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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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주식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한 뒤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까지 제쳤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비안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 전기차라고 해도, 여전히 '제조업'에 속하는 만큼 기존 기업들의 노하우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상장 후 6일 만에 글로벌 자동차 톱 3 등극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리비안의 주가는 최근 수일 동안 급등을 거듭했습니다. 시가총액이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16일 시총은 1700억달러(약 201조원)를 넘어, 독일 폭스바겐(1390억달러)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 '톱 3'에 진입했습니다. 주식시장에 데뷔한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거둔 쾌거입니다.
투자자들로부터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리비안이 훗날 테슬라를 넘어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옵니다.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유가증권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했다. / 사진=리비안 공식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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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시총은 18일 종가 기준 1조달러(약 1180조원)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 기업 위치를 굳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톱 2인 일본 도요타(약 3000억달러)의 3배 이상에 달합니다.
◆테슬라와 정반대 전략 채택한 리비안
리비안은 시작부터 자신들의 성장 전략이 테슬라의 '대척점'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 CEO는 IPO 전 투자자들에게 쓴 서신에서 "스포츠카를 만드는 전략이 옳지 않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픽업트럭, 배달용 봉고차(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 생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략은 일론 머스크 CEO의 테슬라가 택한 것과 정반대의 접근법입니다. 테슬라는 고성능 스포츠카, 럭셔리카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다음 SUV, '사이버 트럭'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리비안이 생산하기로 한 미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의 택배 배달용 봉고차. / 사진=아마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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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자동차들은 기성 자동차 업체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신생 업체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습니다. 대신 배달용 트럭 등 택배·물류 산업에 쓰이는 차량들은 아직 전기화가 덜 됐고, 따라서 리비안같은 스타트업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미 리비아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으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오는 2025년까지 리비안으로부터 전기 봉고차 10만대를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진짜 시험은 대량생산부터"…머스크의 훈수
그러나 리비안의 미래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리비안이 단순한 '신기술 스타트업'을 넘어 제대로 된 글로벌 제조업체로 발돋움하려면, 스스로 대량생산을 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스크 CEO 또한 리비안을 향해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훈수를 둔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리비안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현금 흐름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그때가 진자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나 내연기관차나 모두 수백 개의 자동차 스타트업이 있지만,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대량생산과 긍정적인 현금 흐름을 모두 달성한 회사는 테슬라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리비안을 향해 "대량생산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현금 흐름이 가능해져야 한다"라고 '훈수'를 뒀다. / 사진=연합뉴스 |
머스크 CEO가 언급한 대로, 테슬라는 생산능력과 재무상황은 모두 탄탄한 편입니다. 지난 3분기(7~9월) 테슬라의 실적을 보면, 순이익은 16억2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5배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현금 흐름도 약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기록, 직전 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생산능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연간 50만대가 넘는 차량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번 3분기에만 24만1300대의 차량을 인도한 바 있습니다.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마진도 착실히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입니다.
◆글로벌 기업 발돋움하려면 기존 업체들 '노하우' 따라잡아야
반면 리비아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간 수십억달러의 투자금을 지출했지만, 아직까지 대량생산에는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리비안이 IPO 당시 제출한 상장 심사 서류 등에 따르면 차량 양산을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5주간 하루 평균 고작 1.5대의 트럭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 공개한 기업의 재무 정보를 보면 누적 적자만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합니다.
미국 포드 자동차가 공개한 첫번째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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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기성 제조업체들은 이미 과거에 쌓아둔 막대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경쟁적인 전기차 제품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을 공개했고, GM 또한 'GMC 허머 EV'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포테인먼트·반도체·자율주행 등 IT 기술이 강요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제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은 셈입니다.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공장 설비를 증축하면서, 동시에 자금을 조달하고 현금이 말라붙지 않도록 하는 기존 업체들의 '노하우'를 먼저 따라잡아야, 스타트업들은 비로소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겁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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