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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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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된 스토킹 처벌법, '솜방망이' 규정에 살인 못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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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위험성 안이하게 판단…서면 경고로는 접근 욕구 차단 못 해"

전자발찌 도입 주장도…국회는 법 개정 움직임

연합뉴스

스토킹 (CG)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홍규빈 기자 = 지난달 21일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 법 제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전 예방 조치의 수위를 강화하고,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엄격하게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A씨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스토킹 신변 보호 대상자였다.

피해자는 지난 7일 경찰에 전 남자친구 A씨의 스토킹 행위를 신고해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되고 신고와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또 지난 7∼18일 경찰과 총 7일간 신변 보호를 확인하는 통화를 했다. 하루에 10차례 이상 통화한 날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A씨는 지난 9일 경찰의 요청으로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 금지, 전기 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서면 경고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잠정 조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법원 처분 열흘 만에 피해자의 집을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과 특수성에 대한 경찰의 판단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특정 대상에 집요한 관심을 가지고 공격하려는 욕구가 강한 스토킹 가해자 특성상 서면 경고 수준으로는 범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말로만 하는 조치는 스토킹 가해자들을 막을 수 없다"며 "유치장 입감 등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데 사법기관의 판단이 안이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스토킹 대응 중에는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낼 수 있는 조치도 있으나 A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20일 경찰에 출석해 스토킹 피해를 진술할 예정이었다"면서 "그전까지는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 조서 등이 없어 유치장 입감 등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자발찌 등 장치를 이용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강력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폭행·살인 등 강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시공간에 있을 때 발생한다는 점에 둘의 만남 자체를 사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과 관련해 접근 금지 조처를 내려도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접근금지를 어기면 전자발찌 경보음 등이 울리게 한다든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 예방만큼 사건 발생 당시 초동 대처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신고했으나, 위치 추적 오차 등으로 경찰은 신고 12분 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 신고와 관련해 경찰의 대응 매뉴얼을 갖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사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수시 훈련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하루 평균 103건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고 대부분 남녀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강력한 조치가 없는 한 비슷한 사건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연합뉴스

신변보호 스마트워치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와 국회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입법 보완 논의를 점차 시작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1일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제정안은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을 국가 책무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신고체계 구축, 법률구조·주거지원, 신변노출 방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다만 40일간의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해 빨라야 내년에나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도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 5건이 발의돼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가장 먼저 발의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안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 보호명령과 신변안전 조치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안은 피해자 변호사 선임 등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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