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부 부장관 "국제사회는 원조 약속 지키지 않아" 비난
영양실조로 카불 어린이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현지에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어린이 수가 1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16일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압둘 바리 오마르 탈레반 정부 보건부 부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약 300만명의 어린이가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이 가운데 100만명은 영양실조 상태"라고 말했다.
오마르 부장관은 어린이 외에 여성 70만명도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현지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등에 예치된 90억 달러(10조6천억원) 이상의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국제기구들의 원조도 줄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식량 부족이 매우 심각해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아프간에서 2천4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연말까지 320만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프간의 인구 수는 약 4천만명이다.
아프간의 메마른 땅 위에 서 있는 어린이 |
이에 대해 오마르 부장관은 "아프간의 식량 위기는 이전 정부의 유산"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보건 분야는 외국 원조에만 의존했다"며 기초 인프라와 공장은 구축되지 않았고 국내 자원도 활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약속한 원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마르 부장관은 "국제기구가 원조를 중단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아프간은 공공 부문 경비의 75%가량을 해외 원조로 조달할 정도로 국제 사회의 지원에 크게 의존해온 상태다.
앞서 1996∼2001년 아프간에서 집권했던 탈레반은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 끝에 지난 8월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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