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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7만전자' 위태롭자, 개미 사랑도 돌변? 이달 2500억 순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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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굳건했던 동학개미의 삼성전자 사랑에 금이 가고 있다. 이번 달 1일부터 12일까지 10거래일간 개인은 삼성전자 259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말까지 순매도 행렬이 이어진다면 지난해 11월(1조164억원 순매도) 이후 1년 만에 월간 순매도 전환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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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 것이냐, 팔 것이냐. 회사원 이모(34)씨는 삼성전자 주가를 볼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저점 추격 매수와 매도 후 관망 사이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새내기 '동학개미'인 이씨는 올해 초 ‘8만전자(8만원과 삼성전자의 합성어)’ 당시 1000만 원을 삼성전자에 투자하며 주식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이씨는 “8만전자가 깨졌을 때 저점이라고 생각해 ‘물타기(매입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 매입해 평균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도 몇 번 했는데 7만전자까지 깨질 줄은 몰랐다”며 “주가가 더 하락한다는 전망도 있어 비중을 줄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굳건했던 동학개미의 삼성전자 사랑에 금이 가고 있다. 올해 초 10만전자를 넘보며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최근 7만전자가 위태로운 수준까지 떨어져서다. 지난 1~12일 10거래일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259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말까지 순매도 행렬이 이어진다면 지난해 11월(1조164억원 순매도) 이후 1년 만에 월간 기준으로 순매도로 전환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삼성전자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사랑과 믿음은 굳건했다. 올해 외국인(21조8350억원)과 기관(14조3387억원)은 삼성전자를 마구 팔아치웠지만 개인은 35조132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처음 6만원 대로 떨어진 지난달에도 개인은 2조4530억원 어치를 담았다.

이런 개인의 러브콜로 삼성전자의 개인 소액주주는 6월 말 기준 454만6497명으로 지난해 말(215만39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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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제는 동학개미의 열렬한 지지에도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삼성전자 주가다. 올해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 '십만전자'까지 넘봤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7만600원이다. 올해 고점과 비교하면 27% 넘게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13일에는 주가가 6만8800원까지 내리며 7만전자가 깨지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도 6만9900원에 마감하며 7만원 선을 내줬다.

답답한 주가 흐름에 동학개미는 속이 탄다. 올해 초 이후 현재까지 개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금액에서 순매수한 수량(4억3695만2516주)을 나눠 추산한 평균 매수 단가는 약 8만403원이다. 올해 삼성전자를 사들인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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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2월 3일 이후 10개월 만에 7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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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린 건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다. 지난달 31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가격은 3.71달러로, 전달(4.10달러)보다 9.51% 내렸다. 2019년 7월(-11.18%) 이후 최대 하락이다.

올해 초 ‘십만전자’ 돌파를 예상했던 증권사도 목표 주가를 줄하향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21곳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지난 12일 기준 9만5870원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4분기 설비투자를 미리 집행할 전망인데, 투자확대는 (수익률 감소 우려로) 투자자가 반기지 않는 뉴스”라며 “수익성 위주 경영 방침 관련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가치를 올리려면 실적을 넘어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업구조 재편이나 인수합병(M&A), 소프트 전략 변화 등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도 올해 주가 부진은 지나치다”며 “현재 주가 기준 배당 수익률이 3%대로 추가 하락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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