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서 차분한 참배…'거센 반발' 5·18묘역과는 대조
권양숙 여사 예방은 불발…"예방 요청했지만 일정 안맞아 못만났다"
오전엔 전남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했고,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영·호남을 횡단하면서 진보 진영의 상징과도 같은 2명의 전직 대통령을 모두 기린 셈이다. 보수정당 대선후보로서 중도 진영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로 해석된다.
동시에 전국민을 아우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 후보는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은 자리에서 "김대중 정신이라면 가장 먼저 내세울 게 국민통합"이라고 말했고, 봉하마을에서도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두 분 다 통합을 강조했다"고 거듭 국민통합을 거론했다.
5·18 단체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 진행된 전날 광주 5·18민주묘역 참배와는 달리, 이날 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윤석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
윤 후보는 오전 노벨평화상 기념관 곳곳을 둘러보며 '김대중 정신'을 기렸다.
흉상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국민통합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초석을 놓으신 지혜를 배우겠습니다'라고 썼다.
오후에는 경남으로 이동했다.
윤 후보는 오후 2시 10분께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도착했다.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참배단 앞에 잠시 멈춰 섰다가, 안내에 따라 참배단에 헌화한 뒤 세 차례 분향하고 고개를 숙여 경례했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음악이 끝날 때까지 약 1분여간 묵념했다.
윤 후보는 고인이 잠든 너럭바위로 걸어 나와, 흰 장갑을 낀 두 손을 가지런히 맞잡은 채 너럭바위를 지그시 쳐다봤다.
묘역 앞에서 다시 묵념했고,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래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분향하는 윤석열 |
윤 후보는 방명록엔 '다정한 서민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윤 후보는 참배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신 분"이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일부 시민들이 윤 후보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에 나섰지만, 참배는 차분하게 이뤄졌다.
'윤석열'을 반복해서 외치는 지지자 약 200여명에 둘러싸여 윤 후보는 "전직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러 온 것이니까 너무 그러시면 안 된다"며 정숙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
이날 윤 후보는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지 않고 묘역 참배만 한 뒤 현장을 떠났다. 묘역 측에는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국화를 섞은 조화를 보냈다.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내정된 김병민 전 비대위원은 "예방 요청은 했지만, 일정이 안 맞아 못 만났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참배 전 묘역 측 관계자가 "원래 사모님도 같이 오시겠다고 했다가…"라고 하자 "집사람(김건희 씨)한테 같이 가자고 그러니까 여사님하고 말씀을 나누기가 어려워서 나중에 조용히 찾아뵙기로…"라고 답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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