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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미얀마르포] 전기료 납부 거부에 총 들고 협박…8개월 치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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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공무원 한 조 돌아다니며 납부거부에 '반격'…바로 단전 조치도

경제난·코로나와 겹쳐 3중고…"끝까지 안내고 태양전지 설치" 저항도

연합뉴스

총 든 군인과 함께 와서 위협하는 전기요금 수납 직원을 숨어서 찍은 사진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와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전격 선포한 지 10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전기요금 납부거부 운동에 군부가 본격적으로 대응하면서 시민들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을 든 군인까지 동원해 전기료 납부를 강제하는 것은 물론, 8개월치를 한꺼번에 내놓으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월1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민불복종운동(CDM)의 주요 흐름 중 하나가 군부로 흘러 들어가는 전기요금 납부를 거부하는 운동이었다.

군부에 흘러들어가는 돈은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기로 되돌아온다는 주장에 많은 시민이 호응했다.

여기에 전기에너지부 산하 공무원들의 출근 거부가 더해지면서 전기요금 납부거부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남은 공무원들마저 출근하지 않으면서 납부 거부가 한동안 유지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9월말 부터 군부의 '반격'이 시작됐다.

나라 곳간에 들어오는 돈이 급감하자, 물리력을 동원해 전기료 납부를 강제하고 나선 것이다.

현지 언론 DVB에 따르면 전기에너지부 양곤 지역 본부는 최근 CDM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의 숫자가 적은 지점과 우선 손잡고 군·관 합동작전에 나섰다.

공무원들이 총 든 군인과 함께 전기 요금을 내지 않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요금을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고 위협하고 다닌다고 DVB는 전했다.

실제로 전기를 끊은 사례도 전해진다.

독립 매체인 델타 뉴스에 따르면 전체가 전기요금을 내지 않은 바고주 딴야와디시의 몬유구에 있는 응아뾰통 마을에 지난달 22일 오전 군인들과 전기 에너지부 직원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곧바로 900여 가구 마을 전체의 전기를 끊었다.

양곤 사우스 오칼라빠 구 제7동에서도 같은 달 22일 100여 가구에 전력을 차단하면서 전기요금 납부를 강요했다고 현지 언론 미찌마가 전했다.

연합뉴스

마을 전체가 전기 요금을 내지 않자 군부가 전 가구를 대상으로 단전 조치를 했다는 현지매체 보도 내용.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군부 협박에 전기요금을 내려고 해도 밀린 액수가 너무 많아 일부 시민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군부는 CDM 일환으로 전기료를 안내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양곤에 사는 50대 중반 묘 띳 아웅 씨(가명)는 기자에게 "담당 공무원들이 없어서 요금을 내려고 해도 낼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면서 "많은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전기에너지부는 아직도 CDM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많아 일일이 계량기 검침도 못 하는 상황인데 책상머리에 앉아 대충 숫자만 써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한인들도 전기요금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양곤의 단독 주택에 사는 교민 K씨는 "외국인이니 전기요금을 안 낼 수는 없고 내기는 내야 하는데 8개월 치가 목돈인지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파트에 사는 50대 초반의 윈 나잉(가명)씨는 "대부분 미얀마인은 목돈 마련이 힘들어 매달 두 달 치씩 전기요금을 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도시에서는 전기가 없으면 펌프로 끌어올려야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도 쓸 수가 없으니 안 낼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은 총으로 전기요금 납부를 강제해도, 또 전기를 끊더라도 군부의 금고만 채워주는 전기요금은 안내겠다는 '강단'을 보이기도 한다.

양곤에서 15평 짜리 단독주택에서 사는 30대 중반의 주부 마웅 수(가명) 씨는 "군부로 들어가는 전기요금은 절대로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웅 수씨는 "어차피 정전이 잦아 발전기를 많이 쓰는데, 이 기회에 태양전지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사용하기로 남편과 얘기했다"고 전했다.

국가비상사태에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일자리도 없고 먹을 것 마련하기도 힘든 지경인 미얀마 시민들이 적지 않은 전기 요금을 한꺼번에 내라는 군부의 막무가내식 행정에 시름만 깊어가는 모습이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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