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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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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난지원금 주려고…與, 올 세금 내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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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재난지원금 강행 ◆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연말에 국민이 내야 할 세금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재정법상 세수가 남으면 채무 상환과 지방교부세 등에 우선 활용해야 하기에 올해 세수로는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쓰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내년으로 넘겨 지원금 '밑천'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8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연말로 예정된 세급 납부를 일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정부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4조~5조원 규모의 납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은 이를 7조~8조원까지 확대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활용해야 한다. 이런 규정 때문에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액수는 20~25%에 불과하다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런 법적인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11월과 12월에 거둬들일 세금 중 사업소득세·주류세·유류세 등의 일부 납부를 6개월가량 유예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본예산 세입에 편입되면 지방교부금이나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의무 없이 초과 세수를 온전히 지원금 밑천으로 쓸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민주당은 세금 납부 유예분에 더해 세출 구조조정과 국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총 10조~15조원을 확보해 1인당 20만~25만원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재원이) 10조~15조원이라고 한다면 전 국민한테 지급 가능한 금액은 20만원에서 25만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원 마련 방안으로 "빚을 내서 하는 방법도 있다"며 "정무적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강행 방침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예산으로 초과 세수를 넘기더라도 새로운 예산 항목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기재부 등 정부와 함께 야당 동의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금권선거를 하자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모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세금 납부 유예를 검토 중이더라도 이를 재난지원금 지출을 위해 사용하는 것 또한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석희 기자 / 문재용 기자]

국가재정법에 막히자…與 '세금납부 연기' 무리수 동원

재난지원금 마련에 사활건 與
초과세수 많아도 활용 어렵자
지방교부금 쓸 돈 '끌어쓰기'
교부금에 비판적 여론도 한몫

李, 첫 선대위서 지원금 또 강조
"밑질것 없는 선거전략" 판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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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8일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가 서류를 살펴보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옆으로 입장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올해 말 세금 납부분을 내년 4월 이후로 연기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검토는 이재명 대선후보가 던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완성하기 위한 재정 쥐어짜기의 일환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해 재정건전성 악화,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기존 예산을 최대한 끌어다 쓰며 국민 여론도 달래 이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가만히 두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분배될 재원을 내년분 국가재정으로 돌리는 것이다.

물론 초과 세수분을 내년 세수분으로 돌린다 해도 당장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내년도 본예산에 추가된 세입을 재난지원금으로 편성하려면 정부와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에 활용할 수 있는 국가재정에는 일단 여유분이 생기는 것이고,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갖고 있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뜻을 관철할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여야와 재정당국을 가리지 않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런 방안 마련의 기본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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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육교부금은 올해 초과 세수로 인해 당초 예산보다 6조원가량이 더 지급됐고, 내년에는 역대 최고액인 64조원이 교부될 예정이다. 따라서 교부금을 축소한다고 해서 지방교육당국이 크게 반발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교육교부금이 기계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상당 부분 납부될 세금을 국가가 굳이 받지 않겠다고 나서는 건 이상하긴 하지만 납세자로선 일단 세금 납부 연기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자영업자는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더 줘봐야 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 예산을 빼앗아 유권자 손에 직접 쥐여주면 여론이 호응할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세수분을 내년으로 넘겨도 여전히 초과 세수의 40%를 교부금으로 내줘야 하고 올해분 결산이 4월에야 끝나기 때문에 대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영업 등의 매출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납세를 연기시킨 것과 별도 세목을 만들기 위해 고의로 납세를 지연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올해 세수를 내년으로 넘겨도 여전히 내년도 초과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교부금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예산정국에서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어 정부 반대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후보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이후 열린 첫 번째 회의 석상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시 회의에서 88% 선별 지급한 5차 재난지원금을 언급하면서 차별 지급 선례가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언급을 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 반발에도 민주당과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설사 지급이 안돼도 이득"이라는 손익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정권교체론이 높은 상황에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오히려 '차별화'로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정권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꼭 갈등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논쟁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본예산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실패하더라도 이 후보에겐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정치 캠페인'으로서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소액이라도 지급되면 이 후보 덕분인 게 되고, 설령 안되더라도 '야당이 반대했다'는 이유로 방어되기 때문에 불리할 게 없는 이슈"라고 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야당에서 대선을 앞둔 전 국민 재난지원금 편성을 '매표 행위'라 비판하자 시점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전이냐 대선 후냐 이런 경우의 수를 놓고 사실은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이석희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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