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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했던 '보물' 지정기준 60년 만에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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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보물 가치' 세부 설명 마련

보물 유형 6종→4종…국보는 이전처럼 '보물 중 가치 큰 것'

연합뉴스

보물 '흥인지문'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가가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보물'의 지정 기준이 60년 만에 구체화한다.

문화재청은 보물 지정 기준의 추상적인 표현을 구체적으로 바꾸고 보물 유형을 새롭게 분류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9일 공포해 19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1962년 1월 제정됐다. 문화재보호법 제23조는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지정 기준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행령 별표에 따르면 보물은 건조물(建造物), 전적(典籍·글과 그림을 묶은 책)·서적·문서, 회화·조각, 공예품, 고고자료, 무구(武具) 등 6종류로 나뉘며 대체로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큰 것'이 지정 조건이다.

이 같은 지정 기준은 체계적이지 않아 국민이 모호하게 인식할 우려가 있고, 세부 기준 10개를 운영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과 국제적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물 지정 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시행령 개정안은 '가치'에 대한 기술을 상세히 하고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역사적 가치는 시대성,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과 관련성, 문화사적 기여도를 세부 기준으로 제시했다.

예술적 가치의 세부 기준은 보편성, 특수성, 독창성, 우수성이다. 인류의 보편적 미적 가치나 우리나라 특유의 미적 가치를 구현한 것, 제작자 개성이 뚜렷하고 작품성이 있는 것, 구조·형태 등이 조형적으로 우수한 것이 보물 지정 후보가 된다.

학술적 가치의 세부 기준은 대표성, 지역성, 특이성, 명확성, 연구 기여도 등 5가지다. 작가나 지역의 특징을 대표하거나 글자를 통해 제작한 사람과 시기 등을 알 수 있으면 새로운 보물 지정 기준에 부합한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시행령 개정안에서 보물 유형을 건축물인 건축문화재, 전적과 문서를 아우르는 기록문화재, 회화·서예·조각·공예 활동 산물인 미술문화재, 무구를 포함한 과학기기를 지칭하는 과학문화재 등 4개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4가지 문화재 유형 중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를 하나 이상 충족하는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하게 된다.

다만 보물 중에서도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대상으로 하는 국보는 시행령에 비교적 상세한 지정 기준이 있어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국보 지정 기준은 보물 중 제작 연대가 오래됐거나 시대를 대표하는 것, 조형미와 제작기술이 우수한 것, 형태·품질·재료·용도가 현저히 특이한 것,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거나 그가 제작한 것 등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올해 초 국보·보물·사적 등 지정문화재에 행정 편의상 붙인 문화재 지정 번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이달 중순 관련 규정의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물의 지정 기준을 구조적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은 처음"이라며 "체계적인 보물 지정 조사 방식을 만들고, 지정 명칭 지침도 유형별로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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