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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혈당 높으면 혈액이 끈적끈적, 증상 없어도 혈관은 소리 없이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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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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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인구 500만 명 시대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는 병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전신에 걸쳐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으로 불린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유병 기간이 10년이 넘으면 심장·콩팥·눈·발에 문제가 생겨 생명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세계 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계기로 주요 당뇨합병증을 이해하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관리에 나서자.



심혈관 질환



콜레스테롤 쌓이면서 혈관 좁아져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이다. 고혈당 자체가 심장 혈관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혈당이 높으면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을 받고 끈적끈적해진 혈액이 혈관 벽에 들러붙는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좁아지는 죽상경화증을 야기한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가 흔한 것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죽상경화증-심혈관 질환의 연결고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그러려면 혈당은 기본이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개별 목표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당뇨병 초기 단계부터 혈당 조절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6.5% 미만으로 유지하고 혈압 140/85㎜Hg 미만,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100㎎/dL 미만으로 관리한다. 당뇨병 환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고 증상이 특징적이지 않으므로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매년 1회 이상 혈청 지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주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하고 과체중이라면 체중의 5~10%를 감량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혈당과 체중 유지를 위해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적절한 열량으로 구성된 식사를 해야 한다. 특히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등푸른 생선, 콩기름, 들기름 등 단일·다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대체해 먹는다.



콩팥 질환



단백뇨 나오고 혈액에 노폐물 축적

당뇨합병증으로 콩팥의 혈관이 손상되면 신장은 혈액을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다. 신체는 정상보다 많은 양의 물과 염분을 보유하게 돼 체중이 늘고 부종이 발생한다. 소변엔 단백질이 빠져나오고 혈액 속엔 노폐물이 쌓인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10~30%가 콩팥의 기능을 상실하는 신부전에 빠진다. 그러나 콩팥 기능이 정상의 20~30% 이하로 떨어지고 나서야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식욕부진과 가려움증, 부종, 다리 경련 등이 나타난다.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양이 미세한 시기에 치료하면 신장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따라서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조기 발견을 위해 적어도 1년마다 소변·혈액 검사를 받아 요알부민 배설량과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평가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콩팥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혈당·혈압을 최적으로 조절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윤혜은 교수는 “염분 섭취가 많으면 붓고 혈압이 상승할 위험이 있다”며 “음식은 싱겁더라도 염분을 줄인 저염식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과음·과식, 자극성 음식을 즐기거나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콩팥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한다.



눈 질환



망막 혈관 손상돼 시력 변화 초래

당뇨병은 눈과 시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당뇨망막병증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눈이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경 막이다. 근데 당뇨망막병증 탓에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망막에 출혈이 생기고 붓거나 구겨지는 변화가 일어나 시력 장애를 초래한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5년 이내 환자의 14.6%, 11년 이상 환자의 40.1%에서 망막 질환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병이 심각해도 시력이 잘 유지되거나 초기라도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일단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망막 주변부를 포함한 안저 검사와 포괄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후엔 망막 질환 정도에 따라 2~12개월 간격으로 안과에서 정기검사를 받는다. 초기에는 혈당·혈압·지질을 정상 범위 내로 조절하면 망막증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눈(유리체)에 주사치료를 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주입할 수 있으며, 신생 혈관을 만들거나 출혈을 막기 위해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임신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병이 더 빠르게 진행한다. 임신 첫 3개월 이내에 안과 검진을 해 당뇨망막병증 발생과 진행 위험에 대한 상담을 받고 이후 3개월마다, 출산 후 1년까지 추적 검사를 한다.



족부 질환



감각 둔해져 상처 인지 못해

당뇨병으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에서 가장 먼 발가락 끝이나 발뒤꿈치 피부가 검게 변하고 괴사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을 앓으면 감각이 둔해지고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하고 가벼운 상처에도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입원하는 원인의 약 40%가 당뇨병성 족부병증 때문”이라며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할 확률이 30%에 달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리 일부를 절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족부병증은 ▶발톱이 파고 들어가는 상처 ▶발톱을 깎다 생긴 상처 ▶꽉 끼는 신발로 인한 물집과 굳은살 등 사소한 상처에서 비롯된다. 평소 발의 색이 붉거나 작은 수포·궤양 등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매일 미지근한 물로 발을 씻고 발가락 사이가 젖지 않도록 잘 말린다. 건조하면 피부병이 생기기 쉬우므로 발등과 발바닥에 보습제를 꼼꼼히 바른다. 맨발로 생활하지 않고 혈액순환을 위해 틈틈이 발목을 위아래, 좌우로 움직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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