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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비대면 화상 정상회의를 열었어요. 현재 아세안 회원국은 10곳인데, 올해는 9개 국가만 참여했죠. 빠진 국가는 미얀마입니다. 아세안이 미얀마 군사정부 대표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은 거죠. 아세안 회원국이 10개국 체제가 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아세안이 이례적으로 '회원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깬 거예요.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미얀마에선 군부 독재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민주화의 불길이 타올랐어요.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우려와 함께 경고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얀마에 군수품 수출을 중단하는 제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외국에게 독자적 제재를 진행한 건 미얀마가 처음입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어느새 9개월이 됐는데... 미얀마는 어떤 상황일까요? 오늘 레터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잠깐! 미얀마 민주화운동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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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어로빅을 연습하고 있는 체육 선생님 뒤로 차량 여러 대가 의회로 들어가는 영상 본 적 있을 겁니다. 영상이 찍힌 날은 2월 1일. 그날은 미얀마의 의회가 소집되는 날이었습니다. 군부는 바로 그날 쿠데타를 일으켰고 의회와 정부를 강제로 해산시켜버리죠. 도대체 왜?
2. 강제 해산의 이유를 알기 위해 시곗바늘을 2020년 11월로 되돌려야 해요. 2020년 11월은 미얀마 총선이 치러진 달인데, 아웅산 수치의 국민민주연맹이 압승을 했어요. 군부가 의회의 25%를 가져가 버리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국민민주연맹이 나머지 75%의 의석 중에 62.4%를 싹쓸이해버린 겁니다.
3. 미얀마 군부의 입지가 줄어들자, 군부는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합니다. 이와 함께 재선거를 치를 것을 아웅산 수치에게 요구하죠. 당연히 정부는 재선거 요구를 거절합니다. 그러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킨 겁니다. 그리곤 1년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후에 공정한 총선을 치르겠다고 하고 있어요.
4. 쿠데타 이후, 2월 2일부터 미얀마 전국에서 군부에 반발하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납니다. 2월 22일에는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민주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가면서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까지가 2월의 미얀마의 상황입니다.
그때로부터 어느새 9개월이 지난 지금.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2월 이후 전 세계 분쟁 1위 지역은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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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점적으로 살펴볼 데이터는 ACLED라는 자료입니다. 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의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데이터로 무력 분쟁 위치와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전 세계 90개 이상의 국가에서 보고된 모든 정치적 폭력 및 시위 행위를 실시간으로 코딩하는 프로젝트죠. 10월 22일까지 최신화된 ACLED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살펴보겠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2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일어난 곳은 미얀마입니다. 263일 동안 무려 12,629건의 분쟁이 일어났어요. 하루에 47.8건, 한 시간에 2건 발생하는 꼴이죠. 전 세계에서 10,000건 이상의 분쟁이 일어난 곳은 미얀마를 포함해 총 4곳(미얀마, 인도, 미국, 멕시코)밖에 없습니다. 2위를 차지한 인도에선 농업 개혁 법안에 반발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인류 역사상 최다 규모라고 할 만큼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하루에만 무려 2억 5천만 명(!)이 시위에 참여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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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얀마의 상황에 집중해볼게요. 위에 그려진 그래프는 2월부터 미얀마에서 발생한 분쟁 데이터를 분류해본 겁니다. 가장 많은 비율은 시위(Protests)로 전체 12,629건 중 5,454건입니다. 특히 평화적 시위가 제일 많았는데 전체의 37.9%나 차지하고 있어요. 미얀마에서 일어났던 분쟁 3번 중 1번은 평화적 시위라는 거죠. 민간인에 대한 폭력이 있던 분쟁도 비율이 꽤 높습니다. 총 1,346건이 있었는데 적어도 10번에 1번 꼴로는 군부가 민간인을 향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비슷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홍콩과 아프가니스탄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2021년 7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겠다고 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분쟁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투의 비율이 절대다수입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시위의 모습보다는 탈레반과 반군 사이의 교전이 중심이 되는 모습인 거죠. 밀크티 동맹으로 불리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미얀마와 비슷하게 평화적 시위가 많았어요.
Q. 그런데 밀크티동맹이 뭐죠?
밀크티동맹은 처음엔 반중 정서를 공유하는 네티즌들이 밀었던 밈이었습니다. 대만, 태국, 홍콩에서 인기 있는 밀크티에서 착안해서 이름을 밀크티 동맹으로 지었던 거죠.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되었던 표현이 지금은 동남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범민족 시위 운동으로 발전했어요.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도 포함되고, 미얀마도 민주화운동 이후로 합류한 상황입니다.인터넷 밈에서 시작한 만큼 밀크티 동맹의 주도세력은 과거의 운동권과는 달리 젊은 층이 많다고 볼 수 있는데, 자발적 투쟁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운동을 이끌어나가고 있어요. 트위터에선 올해 4월에 밀크티동맹 탄생 1주년을 맞아 밀크티동맹 이모지를 만들기도 했죠.
미얀마 시위대의 모습에서 자주 보이는 세 손가락 경례도 젊은 층이 많은 밀크티 동맹의 영향으로 볼 수 있어요.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서 등장하는데,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표시로 세 손가락을 펼쳐 들죠. 세 손가락 경례는 2014년 태국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미얀마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죠.
평화적 시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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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민주화운동은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2월부터 시작된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시위 중심으로 진행되었어요. 평화적 시위가 2월 둘째 주부터 18주 연속으로 100건 이상 진행됐고, 초반에는 매주 300건 이상 진행될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6월 말부터는 평화적 시위의 건수가 100건 아래로 떨어졌고, 다른 분쟁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극단의 폭력 가운데 하나인 폭발의 비율이 올라가고 있어요. 원격 폭발이나 사제 폭탄 중심의 테러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평화적 시위를 원하지만 군부와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실탄을 쏘아대며 상황은 수렁으로 빠집니다. 군부에 대항해서 만들어진 미얀마 국민통합정부는 결국 9월, 쿠데타 군부와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 하죠. 사실상 미얀마 내전이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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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사망자 수는 계속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평화적 시위는 줄어들고, 군부와 민주진영 사이의 전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0월 22일까지 누적된 사망자 수는 무려 6,757명. 9월부터 사망자수가 1,000을 넘겼고, 이후 2달 연속 사망자 수는 1,000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데이터에 사망자의 소속이 구분 되어있지 않습니다. 사망자 모두가 민간인 희생자라고만 할 수는 없는 거죠. 민간인 폭력 사태만 좁혀서 따로 보면 1,171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데, 군부와 시민진영 각각 사진 무력의 크기가 다른만큼 희생자 대다수는 시민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탄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거죠.
마을 한 곳에서만 민간인 25명 사망
내전 선전포고 이후, 쿠데타 군부의 민간인 학살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9월엔 민간인을 향한 폭력 사태에 의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200명을 넘었죠. 10월 22일까지 150명의 사망자가 기록되고 있고요. 아예 저항 의지를 없애버리기 위해 군부가 민가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쿠데타 군부는 선전포고에 가장 먼저 응답한 지역에 전투를 벌여 시민 저항군 13명과 민간인 5명을 사살했습니다. 시민 저항군 사망자 중 11명은 고등학생이었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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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지도에 민간인 대상 폭력 사태로 발생한 사망자의 수를 표시해 봤습니다. 한 곳에서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이 모두 15곳.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지역도 2곳이나 됩니다. 집계되지 않은 수치도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피해자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어요. 어느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선 15구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신은 모두 저항군이 아닌 민간인들이었습니다. 고문의 흔적도 발견됐어요.
한 마을에서 25명의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어요.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미얀마 군부에 저항 중인 소수민족 반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있어서 진상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반군의 주장으로는 본인들이 살해한 사람들은 민간인이 아니라 쿠데타 군부의 간첩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한편에서는 군부가 반군 연합체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술책이라고 보기도 하더라고요.
미얀마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현재 진행형이에요. 군부의 학살은 진행되고 있고, 애꿎은 민간인 희생자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배제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거예요. UN에서는 미얀마 독재 군부를 비판한 대사가 계속해서 미얀마 대표 대사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유럽연합 27개국은 군부가 아닌 국민통합정부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아세안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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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압박에 군부는 '보여주기 식'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아세안의 압박이 있자 미얀마 군부는 구금 중인 5,600명의 미얀마 시민들을 풀어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석방 대상에 주요 민주화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았죠. 또 실제로는 석방했다가 110명은 다시 잡아갔다 하네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미얀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마부뉴스가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해요. 함께 공유해야 할 이야기들이 있으면 또 한 번 미얀마 특집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미얀마 상황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오늘 기사를 공유해주면 어떨까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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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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