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처음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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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천명했지만 정부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정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 간 충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선후보 확정 전에도 수차례 '청출어람'을 강조했던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 당정 갈등의 불씨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3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간접 피해를 본 국민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며 "전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 추진해달라"고 당에 요구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내년 추가경정예산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재명계' 민형배 민주당 의원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 재무부도 한국의 코로나19 재정 지원이 충분히 여력이 있다는데 (정부는) 왜 어렵다고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한 방송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올해 예산은 두 달이면 집행이 끝나고, 당장은 여력이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 대신 김 총리는 "보다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손실보상법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250만~300만명을 어떻게 돕느냐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재정 여력에 대해서도 이 후보와 정부 간 시각 차가 뚜렷했다. 현재 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해선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후보는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빚을 막 늘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부채 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 기획재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김 총리는 "재정당국이 늘 국민에게 미움을 받는데, 당국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 뻔하다"면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이 후보는 다시 "예산이란 남아서 하는 경우가 없고 언제나 부족해 선후경중을 결정하는 게 예산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당내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신중론도 나온다. '이낙연계' 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은 "자영업자가 무너지지 않도록 국가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한 충청권 의원도 "이 후보 의지는 알게 됐으니, 이제 당과 정부가 현실 가능성을 진지하게 협의하도록 맡겨두면 된다"고 말했다.
당정은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두고도 충돌했다. 이번엔 정부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자 2030세대 지지 이탈을 우려한 이재명계에서 제동을 걸었다. 민주연구원과 민주당 가상자산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가상자산 관련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가까운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세상이 급변하는데 정부는 인식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 총리는 "국회에서 결정해주면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다"며 공을 여당에 넘겼다.
양측 간 정책 대립을 두고 정권 말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 간 불편한 동거가 재연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법을 근거로 초과 세수를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이 후보가 추가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를 원하는 문 대통령과 선거 승리를 위해 어떤 전략이든 써야 하는 이 후보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문화예술인에 대한 기본소득 카드도 꺼냈다. 그는 웹툰 작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성남에 있을 때 '한 달에 30만원 주면 평생 작품 활동을 하며 행복하게 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문화예술인으로 등록한 사람이 10만명인데 300만명이 돼도 얼마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또한 가상자산을 관리·감독하는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가칭) 신설을 대선공약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제안한 공약으로 당내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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