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과학자들이 난치성 질환인 뇌암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작은 세포칩으로 뇌교모세포종과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상호작용을 들여다보고, 약물의 효능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김정아 연구장비개발부 박사 연구팀이 이원종 인천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뇌암의 성장과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의 면역활성 조절과 이를 촉진하기 위한 약물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약효 평가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뇌교모세포종은 뇌의 교세포에서 발생하는 뇌암으로, 뇌에서 일차적으로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 뇌암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고 심한 형태의 종양이다.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5년 생존율은 7% 미만으로 극복이 힘든 대표적 종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세포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암과 상호작용하는 환경 내에서 하나의 약물로 다양한 유형의 세포를 동시 조절해 미세아교세포의 면역항암 치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뇌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세아교세포는 평소 가만히 있다가 처리해야 할 해로운 물질이 생기면 식작용을 하거나 다양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데, 최근 미세아교세포가 뇌 주변의 상황을 감시하며 적재적소에서 뇌 활동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항상성 유지와 질병 조절에도 크게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세포는 뇌의 보호나 회복은 물론 암의 성장을 저해하는 기능을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정상세포를 공격하거나 암의 성장을 돕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효과적인 뇌암 치료를 위해서는 뇌암세포와 미세아교세포 간에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플랫폼과 암의 성장을 저해하는 면역활성을 높일 수 있는 약물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뇌암세포와 미세아교세포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 주요 인자로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microRNA를 세포외소포체 안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약물을 제조했다. 세포외소포체는 microRNA를 몸 안의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운반체로서, 약물의 유입이 어려운 뇌혈관장벽까지 통과시킬 수 있는 유용한 약물 전달체이다.
특히 많은 종류의 microRNA 중에서도 microRNA-124가 뇌암의 진행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microRNA-124는 교모세포종에서 암의 성장, 이동, 전이를 억제하는 능력과 함께, 암의 성장을 돕는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막아내는 역할도 한다.
이번에 연구팀이 제조한 약물의 효능은 단일세포 차원이 아닌 뇌암과 미세아교세포가 함께 상호작용을 하는 뇌의 환경을 모사하여 만든 3차원 세포칩 안에서 검증됐다. 실제 종양환경과 기능과 특징이 유사한 3차원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해 약물후보물질의 독성과 효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이러한 플랫폼 개발을 통해 배양된 세포들의 모양과 이동을 관찰·분석할 수 있고, 약물의 효능이 잘 발휘되는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세포들간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면역항암 치료세포의 활성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김 박사는 “실제 뇌암의 진행과 치료에 있어 미세아교세포의 역할이 매우 크며, 암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조절함으로써 면역활성을 높이고 정확한 약효평가를 할 수 있는 생체모사 플랫폼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후속연구로 대량의 이미징 데이타를 높은 효율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기반 이미징 분석법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약학 분야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온라인판에 최근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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