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 철암역두 선탄시설 작품 앞엔 관광안내소 눈살
녹슬고 떨어져 나간 공공미술 작품 |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기억하는 벽'.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시절 국내 대표적인 탄광촌 강원 태백시 철암동의 화려한 기억을 회상하고자 철암역 옆 옹벽에 설치한 벽화 등 공공미술 작품이다.
공공미술 사업으로 2007년 11월 완성한 기억하는 벽은 탄광도시라는 역사의 기억인 '기억하는 벽 1'과 미래 염원을 표현한 '기억하는 벽 2'로 구성됐다.
개막식 당시 태백시는 "폐허의 탄광촌이 새로운 거리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문화거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과거 영화를 기억하는 벽은 망각하고 싶은 흉물의 벽으로 전락했다.
철판으로 만든 미술 작품들은 녹슨 채 방치돼 있고, 설치 장소인 옹벽에서 떨어져 나간 작품도 있다.
옹벽에 기록한 과거 탄광촌의 애환은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곳곳이 훼손돼 있다.
철암 관광안내소 뒤쪽의 공공미술 작품 |
'기억하는 벽' 앞에 설치된 주차장 |
◇ 작품 앞에 관광안내소 설치…관람객 눈살 찌푸려
일부 작품은 2015년 태백시가 옹벽 앞에 설치한 철암 관광안내소로 말미암아 감상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인 철암역두 선탄시설을 작품화한 벽화 앞에는 주차장이 설치돼 있었다.
기억하는 벽 옆 철암역 상가건물에 2014년 10월 설치한 공공디자인 '철암, 세월이 벗어난, 세월이 빗겨나간, 시간이 멈춰버린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공디자인 사업을 설명하는 안내판은 깨져있었고, 안내판 위로는 붉은 녹물 흔적으로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탄광역사촌 방문객을 위해 광차 모양으로 설치한 나무 의자도 망가진 채 방치돼 있었고, 석탄을 캐는 광부 모습을 담은 조형물은 삽은 자루만 남아 있었다.
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시설인 '까치발 건물'을 복원·보전한 태백시의 관광상품이고, 기억하는 벽 앞에 있다.
깨진 안내판 |
망가진 채 방치되는 나무 의자 |
◇ "역사 자랑스럽다면 보존·관리 정성 다해야"
철암동 주민인 이모(62) 씨는 "석탄산업의 소중한 역사가 사양화라는 경제적 문제로 말미암아 하나둘씩 잊히는데, 이를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마저도 사후관리 소홀로 사라지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태백지역사회에서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석탄산업의 역사적 사실을 널리 알리자는 석탄산업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백시도 시민화합축제인 2021년 태백제를 대한민국 산업화의 성지라는 자부심과 탄광 문화에 대한 기억 그리고 고유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문화 행사로 개최했다.
태백제 부대행사인 탄광문화 가치 조명 포럼에서는 석탄 문화유산 보전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정미경 태백시의회 부의장은 "관리 부재가 빚은 참담한 모습"이라며 "석탄산업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지금부터라도 관련 유산은 물론 각종 기념물의 보존·관리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광 문화 가치 조명 포럼 주제발표문 |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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