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보고서 발간·모형 제작
조선시대 판옥도 단면도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이끈 조선 수군의 주력 함선이었던 '판옥선'(板屋船) 규격이 길이 32.16m, 너비 8.74m, 높이 5.56m, 중량 140.3t(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조선시대 중기 판옥선 형태·구조·항해 방법 등에 관한 연구 성과를 담은 '판옥선'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판옥선은 조선 명종 10년인 1555년 왜구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개발됐다. 평평한 갑판 위에 널판을 세워 덮개를 덮은 선박으로, 거북선 제작의 토대가 됐다고 알려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항복이 "정유년에 울도와 명량도에 왜선이 바다를 뒤덮어 올 때 안위가 하나의 판옥선을 띄워 해전에 임했지만 적들이 이 배를 깨뜨리지 못했는데, 아마도 적선이 작았기 때문에 쉽게 대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우리나라 해역에서 발굴한 옛 선박과 각종 문헌·회화를 분석하고, 지자체 등이 제작한 판옥선·거북선 재현 선박을 살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30분의 1 크기의 판옥선 모형을 만들었다.
연구를 담당한 홍순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문헌 '비변사등록'에 나오는 "통제사가 타는 대선은 본판장 70척"이라는 문구를 바탕으로 선박 크기를 추정했다. 본판장은 배의 바닥을 이루는 구조물로, 한 척은 영조척(營造尺) 기준으로 31.2㎝이다.
아울러 홍 연구사는 우리나라 전통 선박인 한선(韓船)은 바닥이 평평했지만, 판옥선은 파도에 부딪힐 때 오는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닥 앞쪽과 뒤쪽이 부드럽게 휘어진 형태였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 판옥선 단면도 |
홍 연구사는 판옥선에서 사용한 노 형태와 노 젓는 방법도 보고서에 제시했다.
길쭉한 나무 두 개를 엮은 전통 한국식 노가 아니라 오늘날 카누에 사용하는 T자 형태 노 등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홍 연구사는 "두 명씩 마주 보고 앉아서 함께 노를 저었고, 한 명은 구호를 외쳤을 것"이라며 "전통 한국식 노로는 충분한 추진력을 얻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펼친 진법(陳法)에서 수군이 진형(陣形)을 갖추기 위해서는 순간 속도와 방향 전환이 필수적이었다"며 "여러 명의 군사가 앉아 전후방을 주시하며 노를 저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판옥선에는 적에게 노출되지 않고 노를 젓는 공간이 있었고, 사수·화포장 등은 갑판에서 효율적으로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며 "적선과 충돌하면 부술 수 있을 만큼 두꺼운 부재로 견고하게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옥선은 썰물 때 쉽게 돌진할 수 없으며, 둔중하고 속력이 느리다는 점은 단점이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사는 "기존에 만들어진 판옥선과 거북선 재현 선박은 문헌만 고려해 기능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거북선 원형을 밝히는 과정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판옥선 노 구조와 위치 |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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