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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흘만에 고개 숙인 구현모 "협력업체 실수, 이 또한 KT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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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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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KT가 일으킨 전국적 ‘통신 먹통’ 사태는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협력업체와 KT의 부실한 관리·감독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가 핵심 기능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주의했던 협력업체, 관리 소홀했던 KT



28일 정부와 KT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협력업체의 부주의와 KT의 관리 소홀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KT의 협력업체가 야간에 실시하라고 승인받은 망 고도화 관련 장비 작업을 이날 오전에 설치했고, 그러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정보를 잘못 입력하면서 통신 장애가 생겼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KT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사고는 부산에서 발생했는데 KT는 해당 오류가 전국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백업망도 작동하지 않았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KT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리·감독의 책임이 KT에 있기 때문에 저희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출장을 갔다가 사고 발생 사흘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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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장애 시간대별 대처 상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핵심 기능 외주 준 것 자체가 무책임”



이를 두고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가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외주업체에 맡긴 게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핵심 기능을 외주업체에 그냥 맡긴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만약 외주업체 직원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손쉽게 국내 망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혜화타워를 찾은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명령어 한 줄이 빠지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그게 전국적 라우터에 자동 전송되면서 전국 시스템이 마비됐다”며 “다른 통신사도 이런 일이 없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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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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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약관, 데이터 통신 시대에 뒤떨어져”



한편 KT는 조기에 피해 보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 대표는 이날 “KT를 믿고 이용해준 고객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 약관상으로는 ‘3시간 이상 연속으로 서비스를 받지 못해야’ 보상이 가능해 KT에는 엄밀히 따져 보상 책임이 없다. 하지만 KT는 국가적 통신 마비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다음 주 중에 피해 구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 3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약관도 손 볼 계획이다. 이원욱 위원장은 “해당 약관이 음성통화가 중심이 되던 시기에 만들어져 데이터통신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방통위가 그 문제를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바꿀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T는 자체적으로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한다. 구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으로 테스트베드를 운영해 작업하겠다”며 “이런 작업이 일어나기 전에 가상으로 한 번 더 테스트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국적인 영향이 아닌 국지적 영향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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