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에 담긴 남양유업 M&A 계약 내용에 드러나
홍 회장 측 "거래 대상에 외식사업부 제외" 주장
계약서엔 사업부 분사 관련 세부내용 전무
법원 "분사 의무 근거 부족..한앤코 인수 계약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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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간 남양유업(003920)의 인수합병(M&A) 계약이 불발된 결정적인 계기는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 ‘백미당’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는 백미당을 포함한 외식사업부를 제외하고 남양유업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사업을 남기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본 계약서에는 적시 하지 않아 법원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송경근)는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홍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남양유업 매매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양 사의 주식매매계약 제8.1조에 따라 홍 회장 측은 한앤코에게 경영권 이전 및 거래 종결 이후 경영권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무와 그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백미당'이 문제였다... '외식사업부는 거래 대상 아니었다'는 홍 회장
홍 회장 측이 주장하고 있는 ‘거래를 위한 선행조건’이 무엇이었는지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오너일가는 남양유업의 외식 브랜드인 '백미당'이 매각에서 제외되는 대상이라는 입장을 이번 법적 공방 과정에서 공식화했는데 정작 본 계약서에는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오너일가는 M&A 계약 파기의 근거로 남양유업의 외식사업부 분사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백미당'을 운영하는 외식사업부는 차남 홍범석 상무와 함께 아내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이 총괄한 사업이다. 올 상반기 기준 남양유업에서 외식사업 등을 포함한 기타 매출은 30%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백미당 매출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계약 파기를 결정할 만큼 홍 회장 일가로선 백미당은 포기하기 아까운 알짜 배기 사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 매각 대상에서 외식사업부는 제외키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재판부에 "외식사업부의 분사와 일가 임원진에 대한 예우' 등이 계약의 선행 조건이었음에도 한앤코가 이에 대한 확약 및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으로 확약하려면 분사 절차와 방법, 조건이 상세히 합의돼야 하지만 양 측이 공개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외식사업부 분사와 관련한 조항이나, 규정 등을 찾을 수 없었다. 법원은 "홍 회장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외식사업부의 분사 등에 대해 한앤코가 확약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너일가가 백미당을 사수하기 위해 이번 M&A 거래를 파기하려 했던만큼 향후에도 백미당을 둘러싼 공방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출 자료가 부족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홍 회장 측은 외식사업부 분사와 관련한 한앤코의 확약 여부와 그 효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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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의 '노쇼'···법원은 "양 측 모두 계약에 수긍했다고 봐야"
앞서 홍 회장 측은 계약서상 반영된 2021년 7월 30일 오전 10시를 거래 종결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앤코 측이 거래종결일을 확정하기 위해 관련 내용의 서면을 홍 회장 측 주소지로 송달했어야 하는데 이같은 통지가 없었다는 주장에서다.
이에 대해 법원은 "SPA상 거래 종결일은 선행조건이 객관적으로 성취되면 자동적으로 확정되는 것인데, 이를 확정하기 위해 서면 통지가 필요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난 7월 12일 한앤코가 오너일가 측에 '거래종결일 확정의 건' 공문을 보내자 이를 받은 오너일가는 3일 뒤 이사회를 개최해 임시주총일을 확정했다. 이를 토대로 법원은 양 측 모두 계약에 수긍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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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점한 한앤코,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새 국면으로
조윤희·한민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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