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폴란드에 역대 최고치 벌금인 하루 14억원 부과 명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법부 개입 논란 폴란드 판사 징계위원회…ECJ "기능 중단하라"

폴란드 "탈취이자 협박 행위" 반발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폴란드에 역대 최고치 수준인 하루 100만유로(약 14억원)의 벌금을 낼 것을 명령했다.

최근 폴란드가 대법원 징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논란을 두고 EU와 폴란드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벌금 부과 조치로 긴장이 더 고조될 조짐이다.

27일(현지시간) ECJ는 폴란드가 사법부를 위축시킬 수 있는 대법원 징계위원회의 기능을 중단하지 않은 데 대해 하루 100만 유로의 벌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이날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ECJ의 결정은 폴란드 대법원 징계위원회의 기능을 중단하라는 지난 7월 임시 조치 명령을 폴란드가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폴란드가 EU 집행위에 내야 하는 해당 벌금은 폴란드 측이 ECJ의 임시 조치 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혹은 관련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적용된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폴란드 대법원 판사 징계위원회가 이 나라 사법부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ECJ에 그 기능 중단 명령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폴란드가 이 같은 명령을 따르지 않자 EU 집행위는 지난달 다시 벌금 부과를 요청했다.

ECJ는 "EU의 법적 질서와 EU가 기반을 두고 있는 가치들, 특히 법치의 가치에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7월 명령한 임시 조치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세바스티안 칼레타 폴란드 법무부 차관은 트위터에 이번 명령은 "탈취이고 협박"이라면서 반발했다.

우파 민족주의적 성향의 폴란드 집권당 '법과 정의당(PiS)'은 2015년 집권 이후 각종 사법 개혁 조치를 단행하며 사법부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U 집행위는 PiS가 도입한 사법 개혁에 대해 사법부 독립과 법치, 민주주의라는 EU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폴란드와 충돌해왔다.

지난 7일에는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자국에서는 EU의 조약·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고 결정하면서 EU와 갈등이 더 고조됐다.

EU는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마련된 지원금을 폴란드에 지급하는 것을 보류하는 등 경제적 압박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대외적 압박에 폴란드는 앞서 대법원 징계위원회를 없애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EU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권 주요국들과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폴란드의 PiS가 정권을 잡은 이후 사법부 독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최근에는 외국계 기업의 자국 언론사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법을 추진하면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을 야기했다.

또 헝가리에서는 성소수자를 묘사하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미성년자의 접근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등 잇딴 성소수자 차별 조치로 EU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민주적 가치와 인권 문제를 두고 EU와 폴란드, 헝가리 간 갈등 국면이 악화되는 모습에 일부 유럽 국가 정상들은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주 EU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폴란드 문제를 둘러싼 법정 싸움이 과도해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을 촉구했다. 또 일부 유럽 국가 정상들은 폴란드에 과도한 경제 제재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