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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통신사 하나만 믿다간 큰코 다치죠"…'KT 먹통'에도 IT업계 끄떡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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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업계, 망 2개 이상 사용…"망 다원화로 이용자 피해 최소화"

뉴스1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2021.1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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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이기범 기자 = 'KT 먹통사태'로 중소상공인 다수가 정상적으로 영업하지 못하며 피해를 본 것과 달리 몸집이 큰 기업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피해를 교훈 삼아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둔 덕분이다.

국내 IT 기업이 모여 있는 경기도 판교는 30분 넘게 지속된 통신 오류를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언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은 일찍이 다중 통신망을 도입하고 있어 이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쯤부터 11시57분쯤까지 약 37분간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KT 측은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먹통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평가다.

당시 갑작스러운 오류로 KT 망을 사용하는 중소상공인들은 신용카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를 입었다.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며 결제 오류 등의 피해를 비켜날 수 있었다.

국내 IT 기업의 경우 일찍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 빛을 발했다.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 앞서 발생한 삼성SDS 과천 인터넷 데이터센터 화재가 기업의 재난 대응체계를 갖추게 한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삼성SDS 과천 인터넷 데이터센터 화재로 삼성카드 일부 서비스(카드 결제, 모바일 앱 등)가 멈췄다. 해당 사건으로 IT 업계 내 재난복구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국내 IT 기업들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서비스용 통신망과 업무용 통신망을 여러 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디도스 공격 등 외부 변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다수 기업이 최소 2개 이상의 망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모든 IT 기업이 이번 KT 통신장애 사태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국내 대표 포털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다양한 통신사를 통해 여러 백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중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는 자사 데이터센터에도 멀티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이번 KT 사태와 같은 돌발 상황에도 이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상 징후를 감시하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특정 지역에서 트래픽이 몰리는 것에 대한 유형이 있어서 미리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수의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는 "복수의 통신사(통신망)를 이용하고 있으며, IDC와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하는 등 오류 발생 시 이용자 피해를 줄이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찰나의 시간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원활한 서비스 제공은 사업의 기본 요소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게임사는 이번 먹통 사태의 원인이 자사에 없었음에도 이용자에 보상안을 내놓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국내 IT 업계는 다중망 사용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도 적용되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규모가 작은 사업체나 중소상공인을 위한 망 관리 의무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도 클라우드 서버 오류가 난다. 디도스 공격 역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일이기에 다중망 사용은 필수 불가결하다"며 "망 다원화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KT 측이 이번 오류 원인을 디도스 공격이라고 했다가 라우터 문제라고 정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확실한 인재(人災)다"라며 "작은 규모 자영업자나 사업자면 이중망은 무리일 것이다. 통신사에 망 관리 의무를 강화해야지 사업자에게 강제하는 건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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