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씨 측은 "작년 5월 노 변호사가 광주를 찾았을 때 만났고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 오겠다고 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 뒤 노씨와 박씨는 악수하고 서로 팔과 등을 두드리며 위로를 전했으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박씨는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되신 노 전 대통령은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통해 수차례 광주 학살 책임을 통감하고 거기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며 "온 국민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데, 지역·계층·정치 세력이 하나 된 대한민국 위해서 오늘을 기점으로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 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19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은 하지 않고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이지용 기자 / 성승훈 기자 / 박윤균 기자]
文대통령 조화 보내 애도…여야 대선주자 발길 이어져
노태우 前대통령 5일간 국가장
靑 비서실장·정무수석 조문
유족 "고인의 과오 용서를"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씨(오른쪽)가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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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는 오전부터 정계·관가·재계의 공식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여당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과(過)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도 "아들을 통해 사과한 것은 국민께서 평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다만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는 않았다. 이 지사는 조문을 마친 뒤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이라면서도 "빛의 크기가 그림자의 그늘을 덮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공(功)을 부각했다. 이준석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민주화 이후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긴 분"이라고 추모했다. 이어 "추징금 납부도 노력하고 5·18 민주화운동도 사과하는 노력을 해왔다"며 "전두환 일가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은 토론회 일정으로 저녁 늦게 빈소를 찾았다.
노태우정부에서 활동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애도를 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북방정책을 표명해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한 분"이라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에 대해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것 같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북방 외교를 개척해 시대 소명을 제대로 완수한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물결을 창당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조문했다. 김 전 부총리는 "1노3김이 만든 87년 체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며 "5년 단임 대통령제 개정을 포함한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장례식장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정치인들로 가득했다. 노재봉·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철언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노재헌 변호사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유족을 대표해 조문객을 맞았다. 이날 노 변호사는 "5·18 희생자에 대해 가슴 아픈 부분은 본인 과오가 있었으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례식은 서거일인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지며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국가장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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