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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韓 잠재성장률 '0%' 경고등 켜졌다…"규제혁파·노동시장 유연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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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1990년대 6.9% 잠재성장률 향후 10년 내 0.9%로 하락 전망

OECD 국가 중 4번째로 빠른 수준, "신성장 산업 과감히 투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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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쌓여있는 컨테이너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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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향후 10년 안에 우리 경제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1997~1998), 금융위기(2009~2010), 코로나19(2019~)까지 세 번의 위기를 거치며 저성장 기조의 구조적인 고착화가 진행돼 온 가운데,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0%대 성장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공개한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1996년 8.3%에서 2020년 2.2%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는 6.9%에서 향후 5년 1.9%, 향후 10년 안에는 0.9% 수준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잠재GDP(국내총생산)는 한 국가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와 가용한 기술수준을 모두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하며, 잠재성장률은 이 잠재GDP의 변화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는 OECD 회원국 중 4위 수준이다. 한국보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빠른 국가는 터키(4.4%→4.0%), 아일랜드(4.0%→3.4%), 아이슬란드(2.9%→2.5%) 3곳 뿐으로 한국은 주요국 중 가장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2.2%로 추산했는데,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8월에 추정한 수치보다 0.3~0.4%포인트 낮은 수준이었다. 또 올해와 내년 중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로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은 2020~2022년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1.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4%로 각각 추정한 바 있다.

잠재성장률 하향추세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하향속도가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나 김세직 서울대 교수의 '1995년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 5년 1% 하락'이라는 암울한 법칙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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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추이 및 전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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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한경연 보고서는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잠재성장률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급락해 0%로 수렴하게 됨에 따라 우려해 오던 초저성장 기조가 현실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6.8%에서 2020년 0.9%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소비 및 투자는 국내총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민간소비성장률은 2010년 4.4%에서 2020년 –5.0%까지 역성장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담당하였던 수출증가율은 2010년 13.0%에서 2020년 –1.8%로 하락했으며, 2010년 2.9%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인 2%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0.5%(2020년)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2010년 7.7%에서 2020년 9.0%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기저효과 및 수출호조에 따른 착시효과가 경제현실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지만, 실상은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기에도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혁신역량 제고와 함께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동시 극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잠재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제도적 측면의 성장전략의 한계와 환경적 측면의 노동시장 경직성 및 기술혁신성 둔화를 지목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성장정책의 한계 속에서 생산요소의 양적확대와 모방형 기술진보에 기대왔던 것이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과 규제철폐를 통해 공급부문의 생산성을 증대시켜 경제의 화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기대치 조정이 총수요 감소로 전이되는 불상사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최대한 촉진하는 한편, 이미 한계생산성이 '0'에 가까이 도달한 사양산업의 구제보다는 신성장산업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서 노동시장 참여율을 증대시킴과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진작시킬 수 있는 지원정책확대 역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성장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끌어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전환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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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성장률 변화: 2010~2020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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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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