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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백신패스’ 이후 유럽의 풍경… ‘안티 백서’ 갈등에서 공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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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이탈리아 북동부 트리에스테의 부두 입구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 증서인 ‘그린 패스’ 제시 제도에 항의하며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리에스테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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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 출입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게 하는 백신패스 제도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 제도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에선 백신패스 도입 초기 개인적 신념에 따라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안티 백서’들의 반발로 혼란을 빚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에서 백신패스(그린패스)가 도입되기 시작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유럽연합(EU)은 그린패스를 소지한 이들이 역내를 오갈 때 별도의 바이러스 검사나 자가격리를 면제했고 그 뒤 각국은 이 제도를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적용하는 대상도 영화관과 박물관 등 문화 시설 출입부터 식당과 카페 등 이용이 잦은 곳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는 조치는 적잖은 갈등을 촉발했다. 특히 안티 백서 여론이 강한 프랑스에선 지난 8월 20만이 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여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린패스에 반대하는 노동자 단체부터 네오파시스트, 극우 성향의 가톨릭 단체들이 동시 다발적인 시위를 벌여 “기묘한 동맹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정부는 그린패스 도입을 검토하다 반론이 일자 지난 9월 도입을 백지화했다.

특히 그린패스 적용 범위를 일터까지 확장한 조치는 후폭풍을 불렀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최초로 그린패스를 사업장에 적용한 이탈리아에선 병가를 내는 노동자들의 수가 2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백신 미접종에 따른 징계를 피하려 병가를 낸 이들이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도 최근 뉴욕과 시카고의 경찰 노조가 일터에서의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일각에선 이미 도입된 그린패스 제도를 철폐하거나 우회하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스위스에선 그린패스 제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7월 연방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청구해 다음달 28일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위조 그린패스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암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조 그린패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린패스 제도에 대한 유럽의 공감대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탈리아의 그린패스 반대 집회는 강성 안티 백서 이외에 다른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반대집회 참여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프랑스 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정부의 보건대책을 지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1%가 그린패스를 비롯한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패스를 통해 일상의 자유를 찾는 경험이 이어지면 백신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앤드류 스미스 치체스터대 교수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그린패스 이용자들은 백신 접종이 거대한 안정감과 자유를 확보하게 하는 조그만 불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그린패스의 이용은 예방 접종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백신패스를 해외 여행의 유일한 조건으로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각국에 권고했다. 전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이 여전한 상황에 이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백신을 확보하기 힘든 이들의 이동권을 크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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