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국민이주의 해외이주 클리닉(31)
2003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을 때 일본에서 유학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한국 출신임을 알게 된 지인들은 만날 때마다 ‘겨울연가’ 이야기를 꺼냈다. 심지어 지도교수도 ‘겨울연가’를 계기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다며 내가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 드라마의 DVD를 구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이 일본 내 한류열풍을 이끈 ‘겨울연가’덕에 같이 유학하던 친구들이 학업에 엄청난 도움을 받았던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또 교수들과도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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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같은 국내의 드라마가 이런 인기를 누리기 전 일본에는 한국인에 대한 이런저런 차별이 존재했고, 재일교포들은 취업 등 여러 면에서 차별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는 현재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조지프 S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정치학 수업 때 가르쳤던 개념인 ‘소프트 파워’를 실감할 정도다. 기존의 ‘파워’ 개념은 군사력과 경제 제재 등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위협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정보화 혁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제력이나 물리적 파워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설득과 동의, 의제설정 능력 등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파워’는 이런 능력을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프 S 나이 교수는 전자는 ‘하드 파워’, 후자를 ‘소프트 파워’라고 명명했다.
필자가 국제 정치학 수업에서 배운 이 ‘소프트 파워’가 지구촌이라는 장터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 지금 한국은 한류의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소프트 파워’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다. 심지어 ‘소프트 파워’ 의 창시자인 석학 조지프 나이 교수도 현재 한국의 ‘소프트 파워’의 잠재력에 놀라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대한민국이 소프트파워를 다시 과시한 예도 있다. 내가 2005년 인턴십을 한 유엔본부에서 지난 9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26)이 연설해 화제가 되었다. BTS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제76차 유엔총회 특별행사 ‘SDG(지속가능 발전목표) 모멘트’에 초청을 받았다. 당시 60회 글로벌 정상회담이 유엔본부에서 동시에 열렸다. RM이 연설을 하던 그곳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연설하던 장면을 본 적이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 것 같다. BTS는 유엔 본부를 배경으로 자신들의 히트곡인 ‘퍼미션 투 댄스’를 춤과 함께 선보였다. 유엔이 유튜브에 올린 해당 공연 동영상은 조회 수가 1200만회를 넘었다고 한다. 과연 한 나라의 정상이 그곳에서 연설한다면 이런 반응이 있었을까 싶다. BTS의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경이롭다. 코로나로 힘들기만 한 항공업계에 미주지역 화물의 50%가 BTS와 관련된 용품이라고 한다. 또 한해 5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와 8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니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돌풍도 한국이 ‘소프트 파워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한국계 미국인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에 실린 기고문 ‘한국의 문화 침공(The Korean Invasion)’에서 자신도 ‘오징어 게임’팬이라며 “오징어 게임이 미국을 포함하여 90개국에 제공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징어 게임’은 지구촌을 강타한 가장 최근의 한국 문화일 뿐, BTS와 영화 ‘기생충’ 등도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문화의 침투에 맞서는 데 걱정해왔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소프트 파워(문화) 강국이 됐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26일 만에 1억 가구 이상 시청률로 넷플릭스 시리즈 역대 최다 시청 드라마에 올랐다.
한국 스타일의 도시락이 미국 사회에서 인기 메뉴가 되어 친구용 도시락으로 따로 싸는 경우도 생겼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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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월간지 ‘모노클’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2020년 독일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엔터테인먼트와 혁신에서 또 한 번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이다.
이러한 한국의 ‘소프트 파워’의 위상을 아무래도 해외 교민들은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교포 2세나 3세들의 백인 친구들은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한국어를 다 알아들어서 좋겠다며 부러워한다고 한다. 한국 스타일의 도시락은 그곳 미국 사회에서 인기 메뉴가 되어 친구용 도시락을 따로 싸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 이민 간 교민들이 BTS와 ‘오징어 게임’의 영향으로 이민 생활과 유학 생활에서 차별 대신 높아진 관심을 받는 ‘인싸’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 이민을 결심하시는 분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젠 미국 내의 동양인 차별 때문에 이민을 고심하던 분들은 고민을 멈추었으면 한다. 지금은 미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달라진 관심’을 즐겨볼 준비를 해보는 것도 좋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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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주 김민경 미국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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