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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시작'→박근혜 '확립'→문재인 '완성'한 일…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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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the300][우보세]

#한 시대가 저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한국 정치사를 상징했던 1노3김은 모두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만큼 재평가를 받은 정치인도 드물다. 신군부 세력으로 쿠데타의 주역이었지만 재임 중 북방정책과 3당 합당 등은 오늘날 적잖은 학자들이 의미를 둔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족적이 또 있다. 국회 시정연설이다. 1988년 10월4일 노 전 대통령은 국회에 직접 나와 1989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을 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서 '국회 존중'을 상징적으로나마 실천했다. '대통령 각하'의 연설문을 총리가 대독하던 관례를 깼다.

분명한 메시지도 담았다. "북한 측이 좋다면 기꺼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만날 것"이란 연설대로 임기 동안 전향적 대외정책을 폈다.

#대통령 시정연설은 15년 뒤에야 다시 등장한다. 의회주의자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조차 임기 중 단 한 차례도 시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2003년 10월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는 국회의 문제의식도 강해졌다.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첫해 직접 시정연설을 했으나 2009년에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대신 보내자 야당 의원들이 "총리가 대독하는 연설 듣고 있을 우리가 아니다, 대통령 나오라"고 요구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는 예산안을 내면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 나와 연설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부터 비로소 지켜졌다. 탄핵당하기 직전까지 매년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하는 원칙을 세웠다.

#오기 싫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온갖 수모와 항의를 각오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신임 투표를 던지고 민주당을 탈당한 터라 대통령이 입장하는데도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는 모욕을 당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의 박수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의 '#그런데 비선실세들은?' 피켓을 마주하며 2016년 마지막 시정연설을 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는 자유한국당의 플래카드 속에 국회를 찾았다. 지난해에는 '나라가 왜 이래' 팻말과 야당 의원들의 검은 마스크를, 올해 역시 대장동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고성을 들으며 시정연설에 나섰다.

#처음으로 5년 연속 시정연설을 한 대통령 문재인은 그래서 대단하다. 당연한 일을 앞으로도 당연하도록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다. 내용이 문제다. 반성과 성찰이 없다. 끝까지 자화자찬이다. 부동산 폭등과 저출산 등 임기 중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문제들에 진솔한 사과가 그토록 어렵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서 서민들의 삶의 의욕마저 위협하고 있고, 사정은 이런데도 대통령은 정치권과 언론과 맞서서 싸움만 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제 주변 사람의 비리 의혹이 터져 나왔습니다. 차마 국민 여러분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이렇게라도 죄송한 마음을 국민 앞에 털어놨다.

이래저래 사과 받기 힘든 2021년 대한민국 국민이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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