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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눈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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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그는 1951년 4월 18일, 인도의 어느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밑바닥에서도 밑바닥이고 타자 중에서도 타자인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그들이 찾아와 작은 땅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탄원서를 주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100에이커(약 40만5000m²)의 땅을 내놓겠다고 했다. 예기치 않았던 일이었다. 하늘의 계시가 아닌가 싶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가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다. 어떻게든 그 눈부신 감동을 이어가고 싶었다.

인도인들의 스승 비노바 바베는 다음 날부터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에게 꽃다발 대신 땅을 달라고 했다. 부단 운동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의 나이 쉰다섯이었을 때였다. 부단은 산스크리트어로 땅을 의미하는 ‘부’와 나눔을 의미하는 ‘단’이 합해진 말이었다. 그는 걷고 또 걸으면서 부단 운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가난한 사람의 형상을 입고 온 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듣는 군중에게 가족이 넷이라면 가난한 사람을 다섯 번째 가족으로 여기고 그에게 신의 몫만큼 떼어주라고 말했다. 신을 굶주리게 해서는 안 될 일이지 않은가. “우리 앞에 굶주리는 신께서 계십니다. 그분은 소젖을 짜지만 우유를 마시지 못하고, 과일 농장에서 일하지만 과일을 먹지 못하며, 밀밭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굶주리십니다. 머리를 가려줄 지붕도 없습니다. 그렇게 굶주리고 목마르고 집 없는 신께서 우리 앞에 서 계십니다.”

그가 벌인 운동은 “나를 먹이고 내게 옷을 다오. 나는 추위에 떨고 있다”라고 말하는 가난한 신의 호소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운동이었다. 세상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불가촉천민들의 아픔은 신의 아픔이었고 그들의 눈물은 신의 눈물이었다. 그가 발이 부르트도록, 정말이지 부르트도록 걸은 것은 신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였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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