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 영장심사…공수처 수사 중대 기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손 검사가 조사 일정을 계속 미루자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수사에 ‘초록불’이나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40분 동안 손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부하 직원에게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 고발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라고 지시하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지난 23일 청구했다.

손 검사는 심사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대해 판사님께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심사가 끝난 뒤 취재진이 ‘어떤 부분을 소명했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날 심사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데도 중요 피의자인 손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조사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에서는 여운국 차장 등이 참석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와 김웅 의원 사이 텔레그램 대화방의 ‘손준성 보냄’ 표시와 두 사람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 “이 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고 발언한 녹음 파일 등이 손 검사의 사건 관여 증거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 측은 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공수처가 수사 편의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이유로 출석을 압박했으며, 지난 23일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를 곧바로 통보하지 않고 심사 하루 전날에야 통보해 부당하다는 것이다. 손 검사의 변호인은 “피의자의 무고함과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며 “앞으로의 수사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임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당초 공수처는 지난 4일부터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했지만 손 검사가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다’ ‘변호인 일정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출석을 미뤘다. 공수처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지난 2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지난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공수처가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조사 과정에서 손 검사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손 검사의 구속 여부는 공수처 수사의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는 고발장 지시·전달에 관여한 의혹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핵심 피의자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공수처가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하면 고발장 전달 경로가 선명해지면서 수사는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윗선의 개입이나 국민의힘 측과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공수처 수사에 급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자임한 공수처가 소환조사도 없이 구속영장부터 청구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펼쳤다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